국민의힘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강하게 요구하고 나섰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제 문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만 남은 상황으로, 헌정 수호라는 대통령 책무를 다하기 위해서는 거부권 행사가 마땅하다”고 압박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도 “문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란 기대도 저는 잘 안 하겠다”며 “대신 검수완박에 대한 모든 책임과 비난을 이재명 전 대선 후보, 더불어민주당과 사이좋게 짊어져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국민의힘 소속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들 역시 성명서를 내고 “문 대통령이 이를 수용한다면 행정부의 독자성을 스스로 부정하고 그동안 ‘꼭두각시 대통령’이었음을 자인하는 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은 지난 1일부터 이틀째 청와대 앞에서 문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촉구하는 릴레이 피켓 시위도 이어가고 있다.
이는 민주당에 의석수에서 밀리는 국민의힘이 검수완박 관련 법안 통과를 막을 방법이 없어서다. 검수완박 관련 두 개 법안 중 검찰청법이 지난달 30일 통과된 가운데, 3일 예정된 본회의에서 형사소송법 개정안마저 처리되면 남은 방법은 문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뿐이다.
민주당도 검수완박 법안의 최종 공포는 ‘청와대 몫’이라며 청와대에 공을 넘겼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라디오방송에서 ‘국무회의 연기 요청에 대한 답변이 왔느냐’는 질문에 “우리가 연기를 요청한 바는 없다”며 “국회는 이 법안의 심사와 의결에 충실히 하는 것이고, 국무회의를 언제 여는지는 전적으로 우리 권한 밖”이라고 선을 그었다.
문 대통령의 검수완박 관련 법안 공포를 놓고 벌어진 신경전은 3일 국회 본회의 시간을 놓고도 이어졌다. 권 원내대표는 박병석 국회의장을 만나 통상 오후 2시에 열리는 본회의 시간을 오전 10시로 당기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 ‘오전 국회 통과, 오후 국무회의 공포’를 목표로 하는 민주당의 움직임을 막기 위해서다.
하지만 청와대에서는 3일 오전 10시로 예정된 국무회의를 오후로 연기해 당일 관련 절차를 마무리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출입기자단에는 오전 10시 개최를 공지했지만 내부적으로는 오후 개최를 준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관계자도 “오전 10시에 본회의가 열린다는 것을 아는데 국무회의를 같은 시간에 열면 국무회의 의결을 안 하겠다는 것 아니냐”며 “(문 대통령이) 그렇게 하실 리 없다”고 했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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