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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10년 모으면 1억 만들어준다더니…" 후퇴한 청년도약계좌 [김대훈의 금융 돋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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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이 10년이면 1억원을 만들 수 있게 해주겠다”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청년도약계좌’ 공약이 다소 후퇴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10년간 착실히 저축하면 1억원을 모을 수 있다는 희망에 부풀었던 청년들에겐 좋지 않은 얘기겠지만, 재원 마련을 걱정해야 할 처지인 정부 당국과 은행엔 희소식일지 모르겠습니다.
연 10조 들어가는 청년도약계좌
김소영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1분과 위원은 지난 2일 브리핑에서 “청년들의 목돈 마련에 도움을 주는 ‘청년도약계좌’ 공약을 적극 추진해나가겠다”고 말했습니다.

윤 당선인은 후보 시절 청년 공약의 일환으로 '청년도약계좌' 프로그램을 공개했습니다.청년에게 목돈 마련의 기회를 주겠다는 취지로 만든 일종의 '정부지원 적금' 입니다.

김 위원은 “청년도약계좌는 상품 이름이 아니라 기존 청년 자산 형성 상품과 신규로 출시되는 청년 장기자산계좌를 포괄하는 광의의 개념”이라며 “코로나19 사태 이후 고용 기회 축소, 자산 가격 상승으로 고통받는 청년에게 실질적 혜택을 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인수위는 ‘청년도약계좌 4종 패키지’ 프로그램을 시행하기로 했습니다. 기존에 정부가 운영하는 청년 희망적금, 청년형 소득공제 장기펀드, 청년내일저축계좌 등의 상품에 최대 10년 만기의 청년 장기자산계좌(가칭)를 신설하는 방식이라고 합니다.

김 위원은 “자산가격이 크게 뛰면서 세대간 격차를 메울 방법이 사실상 사라졌다”며 “청년희망적금은 만기가 2년으로 짧았지만, 10년 만기의 상품을 내놓는 건 새로운 시도”라고 밝혔습니다.

기존 청년 정책 금융상품 간 연계성을 강화하겠다는 취지입니다. 결국 기존 공약이었던 청년도약계좌의 이름이 청년 장기자산계좌로 바뀐 것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공약에 따르면 기존 청년도약계좌는 가입자의 소득에 따라 정부가 월 10만~40만원씩 보태 월 70만원을 저축하면 10년 뒤 1억원을 만들어주는 정책금융상품입니다. '정부 지원금'과 '연금리 3.5%의 복리 효과'가 상품의 핵심으로 소득별로 연 소득 2400만원 이하는 가입자가 30만원 납부하면 정부가 40만원을, 연 소득 3600만원 이하는 가입자가 50만원을, 정부 20만원을 내 월 총저축액 70만원 맞추는 방식입니다.

그런데 요즘 은행들은 '복리, 장기적금'을 거의 운영하지 않습니다. 정해진 기간에만 이자를 주는 '단리' 적금이 대부분이지요. 연 3.5% 적금은 일부 마케팅용 미끼 상품 말고는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마저도 1년 만기가 대부분입니다.

기존 청년도약계좌 공약에선 연 3.5%짜리 복리 비과세 적금을 예로 들었습니다. 이런 조건으로 매달 70만원씩 10년간 부으면 만기 시엔 1억69만5599원을 찾을 수 있습니다. 연 2%짜리 단리 은행 비과세 적금과 비교해봅시다. 연 소득 2400만원 이하인 사람은 청년도약적금 가입으로 6106만원의 혜택을, 3600만원 이하인 사람은 3464만원의 혜택을 볼 수 있습니다. 4800만원 이하는 2143만원을, 소득이 4800만원을 넘는 청년도 금리 효과만으로 822만원의 보게 되겠죠. 윤 당선인이 공약이 '연 소득 4800만원 이상인 사람에게도 비과세, 소득공제 혜택을 주겠다'는 내용이라 실제 효과는 더 클 수 있습니다. 인수위 관계자는 "공약에선 연 3.5%의 금리는 '예시'를 든 것이었을 뿐 확정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저축장려금 명목으로 지급되는 돈의 출처는 정부 재정입니다. 시중금리 이상의 이자(금리)는 은행들이 부담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때문에 금융권은 이 공약이 무리라고 주장해왔습니다.

금융권에선 이 계좌에 청년 취업자 모두가 가입하면 정부와 은행이 매년 12조8000억원을 부담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기존 공약대로 '만 20~34세 중 취업자'에게 모두 지원한다면 부담은 더 커집니다. 작년 기준으로 대상자는 624만명으로 최소 정부지원금인 월 10만원만 지원해도 산술적으로 연 7조5000억원이 필요하고, 가입자가 해마다 신규 유입되는 것을 감안하면 필요예산은 더 커지겠죠.
'진정성 알아 달라'
이런 논란을 의식한 듯 김 위원은 이날 “은행권, 정부 부처와 조건을 협의해 내년에 출시할 것”이라고 밝혔을 뿐 지원 대상과 세부적인 지원 수준을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공약에선 '근로소득이 있는 청년을 대상으로 가구소득 및 재산 기준을 적용하겠다(조건)'고 했고, '연 3.5%(예시 금리)를 지급하겠다'고 했지만, 재검증 과정에서 다소 후퇴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입니다. 재원 조달 방안이 쉽지 않고, '왜 청년에게만 혜택을 주느냐'는 형평성 논란을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다만 김 위원은 “지원 목적과 비용을 고려해 합리적인 수준에서 지원 대상, 심사 기준을 결정할 것”이라며 “금리는 추후 금융권과 협의할 계획으로 몇백만 명 정도는 가입할 수 있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3월 290만명의 가입자가 몰린 청년희망적금 때도 이런 논란이 많았지요. 대선을 앞두고 정책이 발표되자 '표퓰리즘'이라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청년희망적금은 2년간 약 63만원의 이자(연금리 5% 기준)를 주는 상품으로 가입자가 연 290만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은행이 지급해야 할 이자만 9000억원이 넘는다는 추산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청년도약계좌(청년 장기자산계좌)는 만기가 10년으로 길기 때문에 청년희망계좌와는 차별화가 가능하다는 게 인수위의 설명입니다. 그런데 긴 만기기간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요즘 은행에선 3년 만기 적금도 찾아보기 힘듭니다. 금융 소비자들은 금리 상황이 달라지고, 목돈을 꺼내써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장기 적금을 유지하기 어려워합니다. 문재인 정부가 지난 3월 출시해 290만 명의 가입자를 모은 청년희망적금도 이 프로그램과 통합해 운영될 방침인데, 290만명에게 새 장기청년계좌를 열어줄지도 말지도 관건이 될 전망입니다.

요컨대 제도가 시행되기 전까지 진통이 적지 않을 전망입니다. 이미 이날 발표에서 공약에서 한발 후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청년도약계좌 패키지 4종의 연계성을 강화하겠다는 내용도 모호하다는 지적입니다. 청년희망적금 가입 당시 논란이 됐던 전산 문제는 그나마 해결하기 쉬운 문제에 속합니다. 막대한 추가 이자 부담을 져야 할 은행을 설득해야 하고, 재정 소요액도 면밀히 산정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은행권 관계자는 “새 정부의 청년지원 프로그램인 만큼 모든 은행이 동참할 것”이라며 “하지만 만기가 10년으로 길고, 장려금 규모 등 풀어야 할 숙제가 적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청년희망적금은 정부가 밀어붙였고, 은행이 따라갔다"며 "청년 장기자산계좌는 제발 그렇게(강압적으로)만은 추진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토로했습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은 "소요 재원 추정치 등의 가안을 이미 마련했지만, 혼란을 막기 위해 공개하지 않은 것"이라며 "청년들의 재산형성을 지원하자는 정책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완벽하게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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