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르세라핌(LE SSERAFIM)이 클래스가 다른 팀이 무엇인지 보여주겠다는 당찬 각오로 가요계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하이브 첫 걸그룹'이라는 수식어에 걸맞은 음악성과 성과를 거두어들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르세라핌(김채원, 사쿠라, 허윤진, 카즈하, 김가람, 홍은채)은 2일 오후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첫 번째 미니앨범 '피어리스(FEARLESS)' 발매 기념 미디어 쇼케이스를 개최했다. 진행은 방송인 신아영이 맡았다.
르세라핌은 방탄소년단을 키워낸 방시혁이 수장으로 있는 하이브가 산하 레이블 쏘스뮤직과 합작해 처음으로 기획·제작한 걸그룹이다. 그룹 아이즈원 출신 미야와키 사쿠라를 시작으로 김채원과 Mnet '프로듀스 48' 출신 허윤진 등의 합류 소식이 잇따라 전해지며 팀 결성 단계부터 높은 관심을 받았다.
미야와키 사쿠라는 지난해 3월 아이즈원 활동이 종료된 후 하이브에 새 둥지를 튼다는 사실이 일찌감치 알려졌던 바다. 이날 사쿠라는 "아이즈원의 모든 활동이 끝난 후 계속 그룹 활동을 이어가고 싶고, 전 세계 무대에서 아티스트로 활동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쏘스뮤직에서 새로운 여자 그룹을 준비한다는 소식을 들었고, 직접 만나서 얘기를 나눠봤는데 내가 생각하는 것과 많은 부분이 맞아서 합류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10년 정도 활동 중인데 이번 세 번째 데뷔도 부담이 있긴 하다. 더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또 부담을 계속 갖고 있어야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르세라핌으로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당찬 각오를 다졌다.
팀명 르세라핌은 '아임 피어리스(IM FEARLESS)'의 애너그램(문자의 배열을 바꾸어 새로운 단어나 문장을 만드는 놀이)의 한 형태다. 세상의 시선에 흔들리지 않고 두려움 없이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자기 확신과 강한 의지를 내포한다. 결코 꺾이지 않을 우아함과 강함을
바탕으로 승리를 쟁취하겠다는 주문을 뜻하기도 한다.
허윤진은 처음 팀명을 들었을 때를 떠올리며 "굉장히 고급스럽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아임 피어리스'가 르세라핌으로 바뀌는 게 신기하고 또 감동적이었다. 이 설명을 처음 듣던 날 소름이 돋아서 눈물이 찔끔 났다"고 털어놨다.
특히 카즈하는 팀명을 방시혁 총괄 프로듀서가 직접 지어줬다면서 "그래서 더 뜻깊은 것 같다"고 밝히기도 했다.
르세라핌의 리더는 김채원이다. 앞서 김채원은 지난해 4월 아이즈원 활동이 종료된 후 기존 소속사인 울림엔터테인먼트를 나와 쏘스뮤직과 전속계약을 체결했다. 그는 "새로운 도전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사쿠라 언니와 함께하게 돼 매우 든든했다"며 웃었다.
이어 "리더를 맡게 됐다. 사실 처음에는 리더 없이 활동해도 좋겠다는 생각으로 (데뷔 준비를) 진행하고 있었는데, 회사에서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필요하지 않겠냐는 의견을 줘서 멤버들 및 회사 분들과 상의해 리더를 맡게 됐다. 멤버들이 다 잘 따라줘서 딱히 힘든 점은 없다. 전보다 더 책임감도 생기고, 좋은 경험을 하는 것 같아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간 하이브는 '첫 론칭 걸그룹'임을 강조하며 방시혁 총괄 프로듀서와 방탄소년단의 비주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역임한 김성현 등 '월드 클래스' 제작진이 총출동했다고 홍보해왔다.
방시혁은 타이틀곡 '피어리스'와 수록곡 '더 그레이트 머메이드(The Great Mermaid)' 작업에 직접 참여했고, 방탄소년단의 비주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김성현은 르세라핌의 BI를 포함해 모든 비주얼 콘텐츠의 제작을 총괄했다.
'피어리스'에는 세상의 시선에 흔들리지 않고 두려움 없이 앞으로 나아가는 여섯 멤버의 이야기가 담겼다. 방시혁 총괄 프로듀서의 진두지휘 아래 얼터너티브 팝, 디스코-펑크, R&B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으로 구성됐다.
르세라핌은 데뷔 앨범에 자신들의 이야기가 녹아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김채원은 "저랑 사쿠라 씨는 재데뷔를 하는 거고, 허윤진 씨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하면서 어떤 이야기가 형성돼 있는 상태였다. 거기다 하이브에서 나오는 첫 걸그룹이라 많은 관심을 받고 있기 때문에 우린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 같다고 생각했다. 과거에 연연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걸 꾸준히 제작팀과 이야기하며 앨범에 녹여냈다"고 설명했다.
방시혁 총괄 프로듀서로부터 어떤 조언을 얻었는지 묻자 김채원은 "앨범 콘셉트나 타이틀곡 가사를 꾸준히 얘기하면서 정했는데, PD님이 '이건 여러분의 이야기니까 당당하고 도도하게 표현하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고 답했다.
타이틀곡 '피어리스'는 볼드한 베이스 리프와 그루브 있는 리듬이 조화를 이룬 펑크 기반의 얼터너티브 팝 장르의 곡으로, 과거에 연연하지 않고 흔들림 없이 앞으로 나아가는 르세라핌의 당찬 모습을 담고 있다. 세상과 타협할 바에는 최고가 되기를 선택한 르세라핌의 강한 의지를 엿볼 수 있다.
방시혁 총괄 프로듀서와 프로듀서팀 13, 방탄소년단의 '라이프 고즈 온(Life Goes On)'을 작업한 싱어송라이터 블러쉬(BLVSH), 미국 팝 아티스트 데스티니 로저스(Destiny Rogers) 등이 곡 작업에 참여했다.
허윤진은 "가이드 버전을 듣자마자 너무 좋아서 '와'라며 감탄했다. 무엇보다 중독성이 강해서 너무 좋았고, 들으면서 우리 목소리로 부르면 어떨까 기대되고 궁금했다. 최종 마스터 버전을 듣고도 너무 좋아서 깜짝 놀랐다"며 환하게 미소 지었다.
이어 사쿠라는 "노래를 들어보면 가람-채원-윤진으로 이어지는 구간이 많다. 우리끼리 가람은 순한 맛, 채원은 중간 맛, 윤진은 매운 맛 보컬이라는 이야기를 나눴다. 이 점에 주목해주면 재미있을 것 같다"며 감상 포인트를 전했다.
멤버 김채원과 허윤진은 데뷔 앨범임에도 직접 작사한 곡을 실으며 음악적 역량을 드러내기도 했다. 3번 트랙 '블루 플레임' 작사에 참여해 데뷔를 준비하는 본인들의 솔직한 생각과 감정을 가사에 녹인 것.
김채원은 "첫 데뷔 앨범 크레딧에 이름을 올릴 수 있어 정말 행복하다. 앞으로 더 곡 작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고 소감을 전했고, 허윤진 또한 "가사가 채택됐을 때 너무 행복하고 영광스러웠다. 내가 쓴 부분을 직접 부르게 돼 기쁜 마음으로 신나게 녹음했다. 곡 작업에 욕심이 좀 있는 편이라 앞으로도 열심히 해서 다음 앨범에도 참여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기존에 데뷔했던 멤버들과 대중에 처음 얼굴을 드러내는 멤버들이 섞인 팀이지만, 르세라핌은 팀워크에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막내 홍은채는 "다양한 배경을 가진 멤버들이 뭉쳤다는 점이 흥미롭다"며 "온종일 같이 연습하고 붙어있다 보니 서로를 더 많이 이해하게 되고 팀워크도 좋아졌다"고 전했다.
이미 르세라핌을 향한 기대와 관심은 수치로 드러나고 있다. 이들의 데뷔 앨범의 선주문량은 지난달 29일 기준 38만 장을 돌파했다.
김채원은 "기사가 뜬 날 기분이 너무 좋았다. 온종일 행복했다. 팬분들께 감사하다"며 인사했고, 사쿠라는 "클래스가 다른 팀이 무엇인지 보여드리도록 하겠다"며 당찬 각오를 다졌다.
르세라핌은 "멋있고 쟁쟁한 선배님들이 활동 중인데 그 대열에 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스럽다"면서도 "많은 분이 '클래스가 다른 팀'이라 불러주셔서 감사하다. 그에 걸맞은 팀이 되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한편, 이날 현장에서는 데뷔 전 학교 폭력 의혹이 불거졌던 김가람에게 심경을 묻는 질문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김채원은 "제가 리더로서 먼저 말씀드려도 되겠냐"라며 김가람에 앞서 마이크를 들었고, "현재 이 사안에 대해서는 회사랑 논의 중에 있고, 절차에 맞게 대응 중이라 지금 이 자리에서 직접 말씀드리기가 적절하지 않을 수도 있고, 조심스러운 부분이 많다. 양해 부탁드린다. 추후에 정확히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김가람은 "이 부분에 대해 제가 뭔가를 말씀드리기 어렵다는 점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다. 앞으로 르세라핌의 멤버로 더 열심히 하는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했다.
르세라핌의 데뷔 앨범 '피어리스'는 이날 오후 6시에 공개된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