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증권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 2824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달성했다. 금리 상승으로 다른 증권사들이 일제히 ‘어닝쇼크’를 낸 것과 대비된다.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가 호실적의 배경이다.
2일 메리츠증권은 1분기 당기순이익(연결기준)이 282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4%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같은기간 매출은 10조8235억원으로 123.7% 늘었다. 영업이익도 3769억원으로 32.4% 증가했다.
순이익과 영업이익 모두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이다. 금리 상승에 대비해 신흥국 채권, 여신전문금융회사채 등 고위험 채권 비중을 줄여 채권운용에서 흑자를 달성한 것이 ‘깜짝실적’의 배경으로 꼽힌다.
증권사들은 대형사 기준 자기자본 20조원 내외를 채권에 투자한다. 메리츠증권의 채권 투자 규모는 17~18조원이다. 다른 증권사들은 올해 1분기 채권운용 평가손실과 수수료 수입 감소로 ‘어닝쇼크’를 내고 있다.
NH투자증권의 1분기 순이익은 1023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60.3% 감소했다. KB증권과 신한금융투자 순이익도 각 1159억원, 1045억원으로 각 47.9%, 37.8% 줄었다. 미래에셋, 한국투자, 삼성증권 등은 아직 실적을 발표하지 않았다.
금리 상승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던 것은 본부 단위로 존재하던 리스크 관리 기능을 하나의 본부로 합치면서다. 장원재 세일즈앤트레이딩(S&T) 부문장이 2020년 12월 취임하면서 리스크관리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았다. 장 부문장은 취임전 메리츠화재에서 리스크관리팀장을 지낸 ‘위험관리 전문가’다.
일회성 이익도 보탬이 됐다. 메리츠증권은 한 비상장사 투자 회수로 900억원 가량의 수익을 거뒀다. 에너지 산업과 관련한 거래를 통해 약 500억원, 중국 하이난 항공그룹(HNA) 관련 대출 이자로 400억원의 수익을 냈다.
성과중심 경영방식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2009년 업계 17위 중소형사였던 메리츠증권은 수익의 절반을 돌려주는 인세티브 제도를 통해 인재를 끌어모았다. 대형사 간판 없이도 실적을 내는 ‘프로’들이 모이면서 연 9500억원(작년 기준)의 영업이익을 내는 대형사로 성장했다. 회사 관계자는 “메리츠에서는 운용직 뿐 아니라 관리직군도 실력을 입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호실적이 나오자 주가도 급등했다. 이날 메리츠증권은 4.27% 오른 6830원에 마감했다. 연초이후 상승률은 35%에 달한다. 다른 증권주가 52주 신저가로 기록하고 있는 것과 대조된다. 올해 코스피지수는 9.8% 하락했다.
주주환원정책도 주가 상승을 떠받치는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메리츠증권은 자사주 소각을 전제로 34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취득했다. 올해 3월에도 1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결정했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