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원 농심 회장이 “미국 라면시장에서 일본의 아성을 꺾고 1위에 올라서겠다”고 선언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랜초 쿠카몽가에 1억2000만 달러(1520억원)를 투자한 제2공장 준공식에서다. 이 공장은 신 회장의 꿈을 수 년내 실현시킬 디딤돌이 될 것으로 농심은 기대하고 있다.
농심은 지난달 29일(미국 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신 회장이 참석한 가운데 제2공장의 준공식을 가졌다고 2일 밝혔다.
미국 제2공장은 제1공장인 LA공장 바로 옆에 약 2만6800㎡(8100평) 규모로 지어졌다. 농심은 제2공장에서 신라면과 신라면블랙, 육개장 사발면 등 시장에서 수요가 높은 제품을 생산할 계획이다. 연간 생산량이 3억5000만개에 이르는 제2공장이 준공됨에 따라, 농심은 미국에서 제1공장을 포함해 연간 8억5000만개의 라면 생산이 가능해졌다.
신 회장은 준공식에서 “제2공장은 농심의 글로벌 시장 공략에 속도를 더해줄 기반”이라며 “수 년내 일본을 제치고 미국 라면시장 1위에 오르는 것은 물론 글로벌 넘버원이라는 꿈을 이뤄낼 수 있도록 전진하자”고 강조했다.
농심이 제2공장을 준공한 것은 미국에 첫 공장을 지은 지난 2005년 이후 17년만이다. 그동안 농심의 미국시장 매출은 4170만 달러(2005년)에서 지난해 3억9500만 달러로 10배 가까이 성장했다. 2025년까지 매출 목표는 8억달러다.
미국 라면시장은 일본의 양대 라면회사인 토요스이산과 닛신이 탄탄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그 시장에서 농심은 2017년 일본 닛신을 꺾은 데 이어 토요스이산을 빠르게 따라잡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 자료에 따르면 농심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2020년 기준 23.3%로 토요스이산(49.0%)에 이어 2위다. 3위인 닛신은 17.9%로 농심에 5%포인트 이상 뒤쳐졌다.
신 회장은 미국 시장 뿐 아니라 글로벌 1위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7월 그룹 회장으로 오르면서 취임일성으로 ‘글로벌 선두 라면기업’을 내걸었다. 신 회장은 제2공장을 통해 미국에서 선두에 올라서는 것은 물론 멕시코 등 중남미 시장 진출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연간 4억달러에 달하는 멕시코 라면시장은 여전히 일본이 장악하고 있는 상태다.
신 회장은 “일본 라면을 이기기 위해 저가 제품으로 ‘박리다매’할 것이 아니라 고품질 프리미엄 제품으로 승부할 것”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글로벌 시장에서 신라면블랙 등 고가제품에 대한 마케팅을 강화하고 채식주의(비건) 등 최신 소비트렌드를 반영한 제품에 집중해야한다는 뜻이다.
실제 농심이 미국 시장에서 매년 매출 신기록을 경신하는 원동력은 신라면블랙이다. 이 제품은 지난해 전년 대비 25% 성장하며 32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지난 2020년 뉴욕타임즈가 선정한 ‘세계 최고의 라면’에 이름을 올리며 유명세를 더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