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4대 빵집 중 한 곳으로 꼽히는 대전 성심당이 지난해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사상 최대인 63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대형 프랜차이즈를 제외하고 단일 베이커리 브랜드 매출이 600억원을 넘은 것은 성심당이 처음이다.
1956년 대전역 앞 찐빵가게로 시작한 성심당은 66년 동안 대전지역 매장만을 고집하고 있다. 역설적이게도 서울 등에 진출해 ‘전국구 베이커리’를 표방한 군산 이성당, 대구 삼송빵집, 부산 옵스 등 다른 유명 향토 빵집을 제치고 독보적 성장을 하고 있다.
성심당 지난해 순이익 320% 늘어
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성심당을 운영하는 로쏘는 지난해 매출이 628억원으로 전년비 28.7% 증가했다. 사상 최대 수치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105억원으로 69.7% 늘었고, 순이익은 320% 증가한 93억원을 올렸다.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이익이 회복했다. 코로나19가 확산된 첫 해인 2020년에는 사회적 거리두기 여파를 피해가지 못했다. 꾸준히 연간 80억~90억원대 순이익을 내오던 성심당은 2020년 22억원으로 4분의 1토막났다. 매출도 400억원대로 줄었다. 하지만 1년만에 부진을 털고 오히려 성장 폭을 키웠다.
성심당 관계자는 “비대면 주문이 늘어난 것 외에는 지난해 특별한 변화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고 했다.
진빵가게에서 대전 대표 기업으로 성장
유통업계에서는 성심당 성장세의 비결이 ‘희소성’에 있다고 분석한다. 성심당은 본점을 포함한 5개 매장이 모두 대전에 위치해있다. 테라스 키친, 오븐스토리 등 로쏘에서 운영하는 외식사업도 대전에만 있다.롯데백화점을 통해 서울, 부산에서 팝업스토어를 잠시 연 적이 있지만 정식 매장은 오직 대전안에서만 운영한다. 2014년 서울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원하는 자리, 원하는 크기만큼 자리를 내주겠다고 제안했지만 임영진 로쏘 대표가 거절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제과업계 관계자는 “대전 안에서만 매장을 운영한 덕에 희소성이 높아지고 소비자의 충성도를 높여 코로나19 타격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며 “성심당은 이제 대전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창업주 임길순, 한순덕 부부의 차남인 임기석 씨는 2000년대 초반 성심당 프랜차이즈 사업을 진행했다 실패했던 아픈 경험이 있다. 장남인 임영진 대표는 그 트라우마로 인해 “성심당은 대전에 와야만 만날 수 있다”는 캐치프라이즈를 걸고 대전내 매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이 강한 지역색은 오히려 성심당을 키우는 동력이 됐다. 성심당의 대표 제품인 튀김소보로는 이른바 ‘노잼도시’로 불리던 대전에 방문객을 유치하는 매개체가 되면서 ‘대전시민의 자부심’이란 별명이 붙었다.
이성당·삼송빵집·옵스 등 수익성 부진
성심당과 함께 전국 4대 빵집으로 불리는 이성당, 삼송빵집, 옵스 등은 지난해 수익이 좋지 않았다. 1945년 문을 열어 ‘한국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빵집’으로 유명한 군산 이성당은 지난해 매출이 217억원으로 전년비 10.4% 늘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14억원, 11억원으로 각각 29.6%, 17.7% 줄었다.
부산의 명물 빵집으로 알려진 옵스 베이커리의 경우 지난해 매출이 250억원으로 5.0% 늘어난 반면 순이익은 59.8% 줄어든 4억6700만원에 그쳤다. 이성당과 옵스 모두 서울 롯데백화점에 매장을 내는 한편 수도권에 다수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일찌감치 전국 프랜차이즈로 보폭을 넓혔던 대구 삼송빵집(삼송BNC)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103억원으로 14.5% 줄었고 9억원의 적자를 냈다.
제과업계 관계자는 “향토빵집들이 차별화된 맛과 마케팅 전략이 없이는 전국 시장에서 대형 프랜차이즈와 경쟁하기 쉽지 않다”고 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