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총액이 2000억원에 달하는 암호화폐 ‘페이코인’이 휴지조각이 될 처지에 놓였다. 앞으로 3주 안에 페이코인 발행사인 페이프로토콜이 시중은행으로부터 실명계좌를 받지 못하면 페이코인을 이용한 결제 서비스가 위법으로 간주될 가능성이 커지면서다. 페이코인을 계기로 암호화폐를 지급결제 수단으로 이용하는 코인 발행업자들에 대한 규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페이코인 운영사인 페이프로토콜은 모회사인 다날과 다날핀테크가 페이코인을 취급하지 않는 방향으로 사업구조를 변경해 FIU에 신고하기로 했다고 공지했다. 기존의 페이코인 사업구조는 보유자가 가맹점에서 결제를 하면 다날핀테크가 페이프로토콜로부터 페이코인을 사들여서 장외시장에 내다 팔고, 이를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가맹점에 정산하는 구조다. 페이프로토콜은 그간 페이코인을 매입하던 다날핀테크를 대신해 직접 사들이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지난달 22일 페이프로토콜에 대해 ‘지갑업자’로 가상자산사업자 신고를 수리하면서 조건을 달았다. 모회사인 전자지급결제대행(PG) 업체 다날과 그 계열사인 다날핀테크 등에도 가상자산사업자로 신고하라는 것이었다. 페이프로토콜뿐 아니라 다날과 계열사들도 페이코인 보관과 매매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금융당국이 판단했기 때문이다. 특정금융정보법에 따르면 원화로 코인을 사고파는 매매서비스를 제공하는 가상자산사업자는 자금세탁을 방지하기 위해 은행으로부터 개인 실명계좌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기존 거래소조차 은행 실명계좌를 받아내는 데 성공한 곳은 지난해 9월 특금법 시행 이후 고팍스 한 곳에 불과하다. 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금융당국이 페이프로토콜 측에 페이코인 결제사업을 하지 말라고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했다. 페이프로토콜 측이 사업구조를 변경해 다날핀테크 대신 매매 업무를 맡겠다고 나섰지만, 은행 실명계좌를 확보해야 하는 만큼 변경 신고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다날핀테크는 “변경된 페이코인 결제구조에 따르면 사용자와 페이프로토콜간 페이코인과 원화의 교환행위가 없고 예치금도 필요없으므로 실명계좌는 필요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FIU 관계자는 “페이프로토콜이 페이코인 직접 매매를 시작한 지난달 21일로부터 30일이 지난 5월 23일이 변경 신고 마감일”이라고 설명했다.
페이프로토콜이 장외시장에서 페이코인을 팔아 자금을 조달할 수 없게 되면 가맹점에 정산할 금액을 감당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머지포인트 사태처럼 ‘코인런’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암호화폐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페이코인 가격은 가상자산사업자 신고가 수리된 지난 22일 이후 13.6% 하락했다. 현재 시가총액은 1869억원에 이른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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