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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을] '실리콘밸리 큰손'이 그린 미래…"두뇌 인터넷·AI 직장상사 나올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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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개봉한 만화영화 ‘공각기동대’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해 수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다. 2029년 미래를 배경으로 인간들은 전자화한 두뇌로 인터넷과 직접 연결하고, 몸의 일부를 기계로 바꿔 사이보그가 된다. 마이크로 머신이 몸속을 돌아다니며 질병을 치료하고, 집과 회사엔 인공지능(AI) 로봇이 배치된다.

《파이브 포스》는 이 같은 미래가 머지않았다고 역설한다. 저자는 스티브 호프먼(사진). 미국에서 ‘호프 선장’이라고 불리는 그는 벤처투자가이며, 스타트업을 지원하고 육성하는 ‘파운더스 스페이스’ 이사회 의장이자 최고경영자(CEO)다.

그는 인류의 미래를 바꿀 다섯 가지 핵심 기술 영역으로 △대량화한 연결성 △바이오 컨버전스 △인간 확장주의 △딥 오토메이션 △지능 폭발 등을 지목한다. 단순히 ‘미래엔 이럴 것’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기술의 최전선에서 스타트업 창업가들이 벌이는 모험과 도전을 눈앞에 펼쳐 보인다. 그게 이 책의 강점이다.

‘대량화한 연결성’은 인간 두뇌를 인터넷에 연결하는 것을 말한다. 방대한 정보를 빠르게 습득하고, 다른 사람과 두뇌 대 두뇌로 소통하고, 개념과 기억을 컴퓨터에 저장할 수 있게 된다. 가장 먼저 창업가들이 떠올린 기술은 뇌파기록장치(EEG)다. 1924년 독일 신경과학자인 한스 베르거가 처음 개발한 이 장치는 센서를 사람 머리에 부착해 뇌에서 일어나는 전기 활동 변화를 측정한다. 전극을 두뇌에 직접 연결하지 않아 조금만 움직여도 잡음이 발생하는데, AI로 정확한 신호만을 잡아내려는 스타트업들이 등장하고 있다. 미국 보스턴에 있는 뉴러블이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생각만으로 음악을 제어하는 헤드폰을 개발하고 있다.

두뇌에 전극을 꽂아 인터넷에 연결하려는 시도도 동물을 대상으로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미겔 니코렐리스 미국 듀크대 교수는 두 도시에 있는 쥐의 두뇌를 인터넷으로 연결하는 데 성공했다. 첫 번째 쥐만 간식을 얻으려면 레버를 눌러야 한다는 것을 배웠는데, 두 번째 쥐도 인터넷을 통해 두뇌로 신호를 받아 이를 익혔다. 이 밖에 유사탄도 광양자, 초음파, 무선주파수, 자기장, 전기장 등 뇌와 컴퓨터를 연결하는 다양한 방법이 연구되고 있다.

세상은 때때로 ‘미친 사람들’에 의해 발전한다. 1898년 척추마취를 발명한 독일 외과의사 아우구스트 비어는 자신과 조수를 대상으로 실험했다. 마취가 효과적이라는 것을 증명하려고 조수를 칼로 찌르고, 망치로 때리고, 화상을 입히기도 했다. 지금도 기술의 최전선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그라인드하우스 웨트웨어 창업자인 팀 캐넌은 2013년 배터리가 달린 거대한 기기를 자기 팔에 삽입했다. 면허가 있는 의사라면 그런 수술을 집도하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에 피어싱 전문가와 문신 전문가 등에게 맡겼다. 이 기기는 체온과 같은 생체 데이터를 기록해 스마트폰으로 전송한다.

케빈 워릭 영국 코번트리대 교수의 별명은 사이보그다. 수십 년 동안 자기 몸에 칩을 심어왔다. 한 실험에서 그는 뉴욕으로 날아가 자신의 사이보그 팔을 컴퓨터에 연결해 영국에 있는 로봇 손을 움직이는 것을 시현했다. 그가 손을 움직이자 로봇 손이 그대로 따라 했다. 저자가 두 번째로 말한 ‘바이오 컨버전스’의 한 단면이다. 기계를 신체에 심는 것 말고도 약을 통해 인체 능력을 증강하고, 수명을 연장하고, 유전자 자체를 치료하는 일이 바이오 컨버전스에 속한다. 호프먼은 “신체의 자연적 한계는 더 이상 불변의 장애물이 아니다”고 말한다.

‘인간 확장주의’는 인류가 우주로 나아가는 것을 말하며, ‘딥 오토메이션’은 AI를 통한 자동화를 뜻한다. 마지막 ‘지능 폭발’에선 인간을 넘어선 초지능의 등장을 예견한다. AI 상사를 모시고 일해야 하는 시대가 올지 모른다는 것이다. 저자는 AI가 인간을 지배하는 것을 피하려면 앞서 언급한 기술들로 인간을 업그레이드하는 것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한다.

책은 기술 만능주의, 기술 낙관주의에 빠져들지 않는다. 기술 발전이 야기할 문제들도 거론한다. 예컨대 우리 뇌가 인터넷에 직접 연결되면 브레인 해킹이나 마인드 컨트롤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인터넷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뤄지는 광범위한 여론 조작이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놓는다.

저자는 “진보를 멈출 수는 없지만, 우리가 가고 있는 방향은 바꿀 수 있다”며 “미래는 지금 우리가 내리는 결정에 달려 있다”고 강조한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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