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총 13조7000억원의 사업비가 들어가는 '가덕도 신공항 건설사업'의 예비타당성 조사(예타)를 면제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사업성 논란에도 각종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이유로 추진 된 가덕도 신공항 사업이 문재인 정부 임기 막판 통과되면서 정책 추진 과정에서의 부담은 차기 정부로 넘어갔다.
기획재정부는 29일 2022년 제1차 재정사업평가위원회를 개최하고 가덕도 신공항 건설사업을 포함한 5개 사업에 대한 예타 면제를 의결했다. 예타는 총 사업비 500억원 이상 대규모 재정사업에 대해 예산 낭비와 사업 부실화를 방지하고 재정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사업 타당성을 조사하는 필수 절차다.
앞서 정부는 지난 26일 국무회의를 열고 가덕도신공항 건설 추진 계획을 의결했다. 이날 재정사업평가위원회를 통해 예타 면제가 최종 결정되면서 이 사업은 이제 본격적으로 사업 계획 수립 단계로 들어간다.
기획재정부는 "가덕도신공항 건설사업은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에 따라 추진되는 사업"이라며 "심의 결과 국가재정법상 면제요건 중 '법령에 따라 추진하여야 하는 사업' 및 '지역균형발전 등 국가정책적 추진 필요 사업'에 해당해 예타 면제가 의결됐다"고 밝혔다.
이 같은 정부의 결정은 임기 막판에 사업성이 없는 공공 인프라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했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고 있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가덕도 신공항 건설의 비용 대비 편익 비율이 0.51~0.58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경제적 타당성이 있다고 판단할 수 있는 1에 미치지 못했다.
정부는 가덕도신공항을 여객과 물류 중심의 복합 기능을 갖춘 거점 공항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김해공항의 국제선만 이전할 경우 가덕도신공항의 예상 수요는 2065년 기준 여객 2336만 명, 화물 28만6000t으로 분석됐다.
바다를 매립해 순수 해상공항으로 설계되는 가덕도신공항의 활주로는 동서 방향으로 설치된다. 활주로 길이는 국적사 화물기의 이륙 필요 거리를 고려해 3500m로 결정됐다. 이 과정에서 정부의 추진 계획은 당초 부산시가 제시한 7조5000억원에 비해 2배 가까이로 늘었다. 예상 수요는 부산시 예측(4600만 명)의 절반 수준인 2336만명으로 줄었다. 개항 시점은 부산시 요구(2029년 12월)보다 6년가량 늦은 2035년 6월로 계산됐다.
사업 추진이 확정되면서 본격적인 부담은 차기 정부 몫으로 넘겨졌다. 수심 70m 바다를 메워 활주로를 만드는 사업이다보니 환경 단체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한편 이날 위원회는 △세종시 5-2생활권 복합커뮤니티센터 건립사업 △태안군 하수도시설 건설공사 민간투자사업 △광주시 종합폐기물처리시설 설치사업 △친환경 실습선 대체 건조사업에 대한 예타 면제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인천~서울 지하고속도로 건설사업 △송도5교 고가차도 건설공사 △인천항 내항 1·8부두 재개발사업 △차세대 지방행정공통시스템 △국가 자율협력주행 인증관리체계 정보시스템 △읍·면 단위(중규모) 액화석유가스(LPG) 배관망 구축사업을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사업으로 선정했다. 이들 사업에 대한 추진을 공식화하는 것이다.
안도걸 기획재정부 2차관은 "이번에 신규로 선정된 6개 예타 대상사업은 교통혼잡지역 교통정체 해소, 항만 물동량 증가 대응 및 노후 항만 지역 활성화, 대국민 행정서비스 제고 및 미래핵심기술 상용화 지원 등 국가정책상 우선순위가 높은 사업들"이라며 "향후 조사수행기관 선정, 전문연구진 구성 등 사전절차를 거쳐 1~2개월 이내에 예타 조사에 본격 착수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