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반도체는 글로벌 전자제품 유통기업 에이스 하드웨어와 콘래드 일렉트로닉을 상대로 미국과 유럽에서 특허 소송을 제기했다고 28일 밝혔다.
두 회사가 판매하고 있는 필립스 브랜드 TV, 필라멘트 LED(발광다이오드) 전구, 프리미엄 조명이 서울반도체 특허를 침해했다고 판단해 미국 버지니아주 동부법원과 독일 뒤셀도르프 법원에서 소송에 착수했다. 이들 제품의 판매를 금지하고 이미 판매된 제품들은 회수해 폐기를 요청하는 소송이다. 필립스 TV의 경우, 앞서 2019년 미국에서 영구 판매 금지 판결을 받아낸 것과는 다른 모델이다.
서울반도체는 해당 제품들이 '고품질 색재현 형광체' 기술과 '와이캅'(WICOP) 기술을 침해한 것으로 판단했다. '고품질 색재현 형광체' 기술은 서울반도체가 일본 M사와 함께 지난 15년간 조명 및 디스플레이의 고품질 색 구현을 위해 개발해온 기술이다. 와이캅은 와이어와 패키징 없이 기판에 LED칩을 바로 실장해 LED의 소형화를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다. 세계 자동차 시장의 약 10%에 해당하는 102개 모델에 와이캅 기술이 적용되고 있다. TV의 경우, 2020년 기준 세계 생산량의 약 20%에 채택됐다.
서울반도체는 20여년 동안 연구개발(R&D)에 1조원이 넘는 돈을 쏟아부으며 핵심 특허 확보에 공을 들여왔다. 1만4000여 개 특허를 앞세워 2003년 이후 진행한 97건의 국내외 특허 소송에서 모두 승리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홍명기 서울반도체 대표는 "남의 땀과 눈물로 돈을 버는 두 얼굴의 기업이 있다는 것은 슬픈 현실"이라며 "특허 침해 기업의 뿌리를 뽑을 때까지 소송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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