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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연 마포문화재단 이사장 "마포를 서울의 미술 메카로 키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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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넘게 집(서울 마포구 성산동)과 직장(홍익대 미대·마포구 상수동)을 오갈 때마다 이런 생각을 했어요. ‘마포구가 뭐가 부족해 삼청동과 한남동에 미술 수도 자리를 내줬을까?’라고. 국내 최고 미대에, 젊음의 거리(홍대 앞)에, 문화 수준 높은 주민까지 다 갖고 있는데 말이죠.”

27일 만난 김호연 마포문화재단 신임 이사장(65·사진)은 대뜸 “오랜 꿈을 이뤘다”고 했다. 반평생을 함께한 마포를 위해 ‘마음껏’ 봉사할 수 있게 됐다는 이유에서다. 홍대 미대 학장을 지낸 그는 2월 정년퇴임한 지 한 달여 만인 지난 1일 마포문화재단 이사장으로 선임됐다.

마포문화재단은 수준 높은 공연을 매년 50회 넘게 펼치는 덕분에 서울시 산하 30여 개 기초자치단체 문화재단 중 ‘맏형’으로 불린다. 이런 마포문화재단이 화가에게 이사장 자리를 내준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전에는 손숙 전 환경부 장관, 김명곤 전 문화관광부 장관 등 공연계 거물들이 맡았다.

김 이사장은 “미술 교육자이자 지역 주민으로서 마포의 미술 문화 발전에 기여하고 싶던 차에 이사장에 지원해보라는 제의를 받고 용기를 냈다”고 했다.

“마포문화재단과 인연을 맺은 건 작년 10월이었습니다. 재단의 야외 클래식 콘서트와 홍대 섬유미술패션디자인과의 패션쇼를 ‘콜라보’(협업)했거든요. 온라인으로 시청한 사람만 10만 명 이상일 정도로 대성공을 거뒀습니다. 그걸 본 송제용 재단 대표가 제게 ‘미술 쪽을 강화해야 하니 도와달라’고 하더군요.”

김 이사장은 ‘잘나가는 화가’인 동시에 ‘문화 행정가’다. 홍대 교수 시절 학생처장과 미대 학장 등 주요 보직을 거치며 학생들의 고충을 풀어주는 ‘해결사’로 통했다. 매년 졸업 전시회마다 반복되는 ‘가벽 낭비’를 없애 학생들의 쌈짓돈을 수천만원 아껴준 게 대표 사례다. 졸업 전시회 참여 학생들은 자신의 작품을 걸 가벽을 세우고 전시가 끝나면 허물었는데, 홍대 미대는 김 이사장 주도로 재활용할 수 있는 가벽을 만드는 식으로 낭비를 없앴다.

김 이사장은 앞으로 재단의 미술·전시 분야와 디자인 기획 등 미술 관련 업무 전반을 도울 예정이다. 아트페어와 공예품, 미술품 장터를 비롯한 다양한 사업을 벌이고, 실력 있는 홍대 학생들을 참여시키는 등 모교와 재단 사업을 하나로 묶는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다.

“(책상에 놓인 팸플릿을 가리키며) 이것 좀 보세요. 채도가 너무 강해 선뜻 집어 들기가 부담스럽지 않나요. 이런 작은 것부터 바꿔나갈 겁니다. 그러다 보면 마포구민들에게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겠죠.”

김 이사장은 ‘웃음꽃’ 연작으로 잘 알려진 화가이기도 하다. 웃음꽃은 무한히 넓은 우주와 작은 꽃잎이 똑같은 재료와 법칙으로 만들어졌다는 ‘프랙탈’(자기 유사성)을 표현한 그림이다. 하지만 이런 복잡한 주제를 모르는 관객들도 그의 그림을 보고 미소를 짓는다. 그는 “어려운 일도 쉽고 재미있게 풀어내는 게 저의 특기”라며 “마포구민들이 미술의 매력에 빠져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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