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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진의 논점과 관점] 네거티브 규제, 정권 명운 걸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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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이 그제 규제 시스템을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면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법으로 금지한 행위가 아니면 모든 기업 활동을 허용하는 방식으로 큰 틀을 바꾸겠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 전부터 기업인들을 만나 누차 강조했던 새로운 규제 시스템 도입 의지를 재차 확인한 셈이다. 안 위원장은 “새로운 규제가 아무런 제약도 없이 만들어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정부 내 규제 영향분석 전담기구 설치, 모든 법안의 규제개혁평가 의무화(평가후 법제사법위원회 이송), 부처별 규제감축 목표 설정(목표 미달 시 규제 신설 금지)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오랜만에 들어보는 반가운 탈(脫)규제 소식이다. 주 52시간제, 중대재해처벌법, 화학물질관리법, 탈탄소 규제 등 ‘덩어리 규제 입법’으로 기업인들을 벼랑 끝으로 몰았던 게 지난 5년이다. 더구나 최근 물가·금리·환율 급등과 공급망 혼란 등 쌓이는 악재로 기업들은 그 어느 때보다 힘들고 고통스러운 고비를 넘기고 있다. 이럴 때 ‘안 되는 것 말고는 모든 것을 허용하는’ 규제 시스템을 도입한다는 소식은 기업에 가뭄 속 단비가 아닐 수 없다.
역대 정권 규제혁파 번번이 실패
그러나 새 정부의 규제 개혁 약속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엔 아직 시기상조로 보인다. 역대 정권의 규제 개혁 약속이 얼마나 허망하게 끝났는지 그동안 질리도록 봐 왔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발발 직후에 김대중 정부 출범과 함께 시작된 게 규제 개혁이다. 규제 개혁은 공정한 경쟁과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담보해 지속 가능한 성장을 가능케 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는 논리로 수많은 기득권층의 견제 속에 시작됐다. 역대 정권은 지난 24년간 진보·보수를 불문하고 규제를 ‘기요틴’ ‘전봇대’ ‘손톱 밑 가시’ ‘암덩어리’ 등에 비유하며 뿌리 뽑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번번이 구두선(口頭禪)에 그쳤다. 줄이겠다는 규제 총량은 오히려 증가했다. 심지어는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모토로 대선에 승리한 기업인 출신인 이명박 대통령 재임 기간에조차 규제 건수가 늘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5년간 2544건(25%)이 증가했다. 친노조 성향 문재인 정부는 더 말할 필요도 없다. 말로는 규제와의 절연(絶緣)을 외쳤지만 집권 초부터 노조와 결탁해 한국에만 있는 ‘갈라파고스 규제’(감사위원 선임 시 대주주 의결권 3% 이내 제한 등)를 쏟아냈다. 2017년부터 3년 만에 40%가 늘었다는 통계가 나와 있다.
기득권 세력과 전면전 펼쳐야
정권들의 규제 개혁 약속이 예외 없이 허언(虛言)으로 끝난 이유는 다 아는 그대로다. 선거 때만 되면 언제 규제 개혁을 약속했냐는 듯이 안면을 바꿨기 때문이다. 위정자들은 여론을 핑계로 규제의 이익을 향유하는 기득권 세력과 결탁하고 표를 구걸했다.

인수위는 새 정부가 역대 정권과 다를 것이라고 강조한다. “기업 활동에 걸림돌이 되는 것은 모두 치워 주겠다” “임기 중 풀 수 있는 규제는 다 풀겠다”는 약속을 반드시 지키겠다고 역설한다. 또 규제의 틀을 바꾸지 않고는 SMR(소형모듈원전) 디스플레이 콘텐츠 등 7대 미래 먹거리 산업 육성도, 반도체 등 기존 선도 산업의 후발 주자와의 격차 확대도, ‘민간 주도 성장’도 모두 불가능할 것이라며 규제 개혁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그러나 관건은 말이 아니라 실행이다. 역대 정권의 실패에서 확인했듯이, 규제 혁파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그 일을 추진하다가 반대에 부딪혀 선거에서 질 수 있다는 비상한 각오가 필요하다. 정권의 명운을 걸고 기득권 세력과의 일전을 준비하지 않고서는 어떤 개혁도 성공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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