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의를 표명한 김오수 검찰총장이 여야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중재안에 “명확하게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재안을 동조·방조했다는 의혹에는 “전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김 총장은 25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중재안은 검수완박 법안의 시행시기만 잠시 늦춘 것에 불과하므로 검찰은 명확하게 반대한다”며 “성급한 법안 처리를 멈춰주길 요청한다”고 말했다. 이어 “결론을 미리 내놓고 하는 특위가 아니라 여야와 유관기관이 모두 참여해 형사사법체계를 제대로 논의할 수 있는 특위를 구성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여야가 검수완박 중재안에 합의한 지난 22일 박범계 법무부장관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김 총장은 여야의 검수완박 중재안을 미리 알고 동의까지 했다는 일각의 의혹에 대해선 “중재안의 중자도 들어본 적 없다”며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지난 21일 박병석 국회의장 면담 때는 검찰의 수사 공정성 확보방안에 대해 말했고, 그 과정에서 (박 의장이) 중재안이나 여야 합의과정에 대해선 전혀 얘기하지 않았다”며 “무능하다고 해도 어쩔수 없지만 정말 몰랐다”고 했다.
김 총장은 중재안이 그대로 시행되면 4개월 후 검찰의 직접수사가 불가능해지는 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범죄에 대한 대응이 제대로 되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특히 선거범죄 수사에 대한 우려를 내보였다.김 총장은 “선거범죄는 공소시효가 6개월에 불과해 시효 임박 사건들은 경찰과 보완수사 요구를 반복하다가 부실 처리될 수 있다”며 “대선 공소시효 직전 또는 지방선거 공소시효를 절반 정도 남긴 9월 초 검찰 수사권이 폐지되면 상당한 혼란이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검찰 내부에서도 선거범죄 수사권을 폐지하는 것에 대한 반발이 거세다. 전국 선거사건 전담 평검사들은 지난 24일 호소문을 내 “중재안이 그대로 시행되면 당장 6월 지방선거에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수천건의 사건이 부실하게 처리되고 수사 공백이 발생할 것”이라며 “선거법 적용대상인 국회의원 등 정치인들이 수사를 회피하기 위함으로 인식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한울 대검 검찰연구관도 25일 검찰 내부망에 ‘선거사건 검수완박=경찰 헬게이트 오픈’이란 제목으로 글을 올려 “기록만 약 20만쪽에 달하는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을 맡은 수사팀 경찰관들은 이제부터 장장 몇 년에 걸친 재판준비에 투입돼야 한다”며 “이런 사건을 피고인 얼굴 한 번 못 본 검사가 혼자 떠맡는다는 것은 무죄 자판기를 가동하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김 총장은 약 1년6개월 뒤 중대범죄수사청이 출범하면 검찰의 부패범죄와 경제범죄 수사권도 없어지는 데 대해선 “갓 출범한 중수청이 70년 역사의 검찰수사 역량을 따라 잡을 수 있겠냐”며 “필시 (수사에) 공백이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단일성?동일성을 벗어난 수사를 금지하는 중재안 내용에 관해서도 “해당 범죄 외에는 일체의 여죄 수사를 할 수 없게 될 수 있다”고 했다.
검찰은 앞으로 사의를 표명한 김 총장을 대신해 박성진 대검 차장검사가 검수완박 대응을 이끌어갈 예정이다. 박 차장검사도 고검장 6명과 함께 사표를 냈지만 아직 수리되지 않았기 때문에 업무 수행이 가능하다. 대검은 지난 22일부터 지휘부와 실무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중재안 중 없애거나 고쳐야할 독소조항을 추려내고 어떤 식으로 대응할지 논의하고 있다. 이날엔 검찰정책자문위원회가 회의를 열어 검수완박 중재안의 문제점과 검찰의 대응 방안 등을 다룰 예정이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