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공급망 불안으로 인한 생산 차질에도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고부가가치 차량 판매 증가 및 환율 효과로 올 1분기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깜짝 실적'을 올렸다.
"고가 차량 판매↑·환율 효과"
현대차는 1분기 영업이익이 1조928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4% 증가했다고 25일 발표했다.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6% 늘어난 30조2986억원으로 집계됐다.당초 증권가에선 현대차의 올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예상치 평균)를 1조6581억원으로 추산했다. 실제 1분기 영업익은 컨센서스 대비로도 16.3% 늘어난 것이다. 같은 기간 매출 컨센서스는 30조2188억원으로 실제치와 유사하게 나타났다.
현대차는 올해 1분기 전 세계 시장에서 90만2945대의 차량을 판매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9.7% 감소한 수치다.
국내 시장에선 아이오닉5, 캐스퍼, G90 등 SUV와 제네시스 신차 판매가 호조를 보였음에도 불구, 반도체 공급 부족 및 중국 일부 지역 봉쇄에 따른 부품 부족 여파로 전년 동기 대비 18.0% 감소한 15만2098대를 팔았다.
해외 시장에선 SUV 인기가 높았지만 유럽 권역을 제외한 대부분 시장 판매가 반도체 공급 부족에 따른 생산 차질에 약세를 보여 전년 동기보다 7.8% 줄어든 75만847대가 판매됐다.
다만 제네시스, SUV 등 고가 차량 판매가 늘었고 환율 효과가 전체 물량 감소 영향을 상쇄하면서 매출은 증가했다. 올 1분기 원·달러 평균 환율은 전년 동기 대비 8.2% 오른 1205원을 기록했다.
매출 원가율은 0.7%포인트 하락한 80.9%였다. 전 세계 도매 판매 감소에도 불구하고 우호적 환율 효과와 고부가 가치 차종 중심의 판매로 선방한 것이라고 현대차는 설명했다. 매출액 대비 판매비와 관리비 비율은 마케팅 비용 및 투자비 증가 등의 영향으로 전년 동기 대비 0.4%포인트 늘어난 12.7%를 기록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및 기타 부품 공급 차질에 따른 생산 부족 영향 지속으로 1분기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줄었다"면서도 "영업익은 제네시스, SUV 중심의 판매 비중 개선과 선진국 중심의 지역 비중 개선에 우호적 환율 효과까지 더해져 전년 동기 대비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반도체 공급 이슈 상황은 더딘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데다, 중국 일부 지역 봉쇄에 따른 부품 수급 불균형 및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경영 불확실성이 향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원자재 급등…지정학적 리스크 계속"
현대차는 원자재 급등과 러시아발(發) 지정학적 리스크로 당분간 불확실한 경영환경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회사 관계자는 "글로벌 팬데믹 상황 진정과 반도체 부족 사태의 점진적 안정화를 예상한다"고 전제한 뒤 "다만 중국 일부 도시 봉쇄 결정으로 인한 부품 수급 불균형 지속, 국가 간 갈등 등 지정학적 영향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 급등 등 글로벌 불확실성 확대에 따라 어려운 경영환경이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환율 변동성 확대와 업체 간 경쟁 심화에 따른 마케팅 비용 상승도 경영활동의 부담 요인으로 꼽았다.
다만 주요 국가들의 환경규제 강화와 친환경 인프라 투자 증가, 친환경차 선호 확대 등의 영향으로 글로벌 친환경차 시장은 전기차 중심으로 높은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맞춰 현대차는 △생산 및 판매 최적화 통한 판매량 증대 △고부가 가치 차종 중심의 비중 개선을 통한 점유율 확대 및 수익성 방어 △GV60, GV70 전동화 모델, 아이오닉 6 등 주요 신차의 글로벌 출시를 통한 전기차 라인업 강화 등에 집중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지난 1월 제시한 올해 연결 부문 매출액 성장률 전년 대비 13~14%, 연결 부문 영업이익률 5.5~6.5% 목표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 상승 영향 본격화 및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올 2분기에도 어려운 경영환경이 예상되지만, 연초 공개한 가이던스 달성을 위해 전사적 노력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