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용품 업체들이 20~30대 ‘젊은 골퍼’를 잡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젊은 골퍼들이 자주 찾는 성수동, 신사역 등지에 ‘골프 놀이동산’ 스타일의 팝업스토어를 여는가 하면, 이들을 겨냥한 골프 클럽과 체험 서비스도 앞다퉈 내놓고 있다.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영(young) 골퍼’를 지금 충성 고객으로 만들어놔야 향후 안정적인 매출을 올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들이 SNS를 통해 쏟아내는 품평이 해당 제품 판매에 상당한 영향을 주는 점을 감안, ‘입김’이 센 영 골퍼들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려는 측면도 있다는 분석이다.
“MZ를 잡아라”
24일 골프용품 업계에 따르면 캘러웨이골프 코리아는 지난 14일부터 20일까지 서울 성수동 에스팩토리에 ‘도심 속 컨트리클럽’을 콘셉트로 팝업스토어를 운영했다. 딱 1주일 동안 열었는데, 2500명이나 다녀갔다. 회사 관계자는 “캘러웨이가 ‘전통의 골프 명가’인 동시에 영 골퍼들이 사랑하는 ‘젊은 브랜드’란 걸 보여주기 위해 기획했다”며 “실제 방문객의 상당수가 MZ세대였다”고 말했다. 같은 이유로 아디다스골프는 최근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팝업스토어를 열고, 일상에서도 즐길 수 있는 디자인의 ‘아디크로스 컬렉션’을 선보였다.젝시오는 영 골퍼들을 만나는 장소로 ‘라이브 커머스’를 택했다. 40대 이상은 라이브 커머스의 주 시청자가 아니란 점에서 사실상 2030을 대상으로 판매·마케팅을 벌인 셈이다. 젝시오는 이걸 올 들어서만 네 번이나 했다. 회사 관계자는 “라이브 커머스를 하기 전에는 40~50대 핵심 고객이 배제될 수 있다는 등의 우려가 많았다”며 “하지만 방송 3분 만에 아이언세트가 품절되자 라이브 커머스를 더 늘리기로 했다”고 말했다.
용품업체들이 시타 프로그램에 ‘트랙맨’을 필수 아이템으로 넣은 것도 2030을 매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조치다. 트랙맨은 시타한 사람의 비거리와 헤드 스피드, 구질 등을 분석해주는 장비다. 한국미즈노 관계자는 “손맛을 중요하게 여기는 4050 골퍼와 달리 대다수 영 골퍼는 숫자로 나오는 데이터를 신뢰한다”고 말했다.
2030을 위한 골프채도 앞다퉈 내놓고 있다. 한국미즈노는 올해 선보인 ST220 드라이버에 후지쿠라 샤프트의 ‘블루’를 기본으로 장착했다. 샤프트를 단단하고 무겁게 했다는 얘기다. 헤드 중량도 늘렸다. 김혜영 한국미즈노 마케팅팀장은 “헤드 무게를 늘리고 샤프트를 단단하게 했다는 건 근력이 센 젊은 골퍼를 겨냥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젝시오도 올해 여성용 드라이버 젝시오12를 내놓으면서 샤프트 강도를 높인 버전을 함께 출시했다.
골프 트렌드 주도하는 영 골퍼
용품업계가 영 골퍼에게 주목하는 첫 번째 이유는 2030 골퍼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2030 골퍼는 115만 명으로, 전체 골프 인구(515만 명)의 22%를 차지했다. 2019년 46만2000명에서 2년 만에 2.5배나 늘었다. 같은 기간 전체 골프 인구가 22.6%(95만 명) 늘어난 점을 감안하면 2030이 골프 활황을 주도한 셈이다.이러니 골프용품 업체들이 2030에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2030은 골프 브랜드에 대한 여론을 주도하는 역할도 한다. 한 업체 관계자는 “2030이 SNS를 통해 쏟아내는 품평이 제품 판매에 상당한 영향을 준다”며 “2030 마케팅을 소홀히 할 수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 원지현 캘러웨이어패럴 부장은 “2030이 사랑하는 ‘젊고 활동적인 브랜드’가 되면 그 영향이 골프시장의 큰손인 4050대로 미친다”며 “영 골퍼를 잡으면 다른 세대도 잡을 수 있다는 얘기”라고 했다. 조만간 한국에 공식 진출하는 미국 골프 브랜드 발리스틱도 이런 점을 감안해 핵심 타깃을 영 골퍼로 설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헌 오리엔트골프(야마하골프 에이전시) 대표는 “지금은 아무 클럽이나 내놔도 팔리는 초호황이지만, 언제까지나 이 상태가 지속될 수는 없다”며 “열풍이 꺾인 뒤에도 선택받는 브랜드가 되려면 앞으로 수십 년을 함께할 영 골퍼를 충성 고객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