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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 있는 아침] 청량한 즐거움 속 숨겨진 불안…데이비드 호크니 '예술가의 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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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뜻하게 차려입은 남성이 수영장 가장자리에서 수영하는 사람을 내려다보고 있다. 햇빛에 일렁이는 수면, 남성의 고급스러운 옷차림, 잘 정리된 수영장과 그 뒤로 펼쳐지는 경치 좋은 산이 쨍한 햇빛과 맞물려 완벽한 오후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서 있는 남성의 표정은 밝지 않다. 무언가 쓸쓸함도 느껴진다. 수영하는 사람의 표정이 궁금해진다. 영국의 팝아트 거장 데이비드 호크니(85)의 ‘예술가의 초상(Portrait of an Artist)’이다.

호크니가 1972년 그린 이 작품은 그의 대표작 중 하나다. 2018년 크리스티 뉴욕 경매에 나와 9031만달러(약 1110억원)에 낙찰돼 생존 작가 중 최고가 기록을 다시 썼다. 얼마 뒤 9107만5000달러(약 1120억원)에 낙찰된 제프 쿤스의 ‘토끼’에 밀려 2위가 되긴 했지만, 여전히 생존 작가의 ‘회화’ 중 가장 비싸다.

수영장은 호크니가 즐겨 그리는 소재다. 우중충한 날씨의 영국에서 태어난 그는 1964년 미국 로스앤젤레스(LA)로 이주한 뒤 강렬한 캘리포니아의 햇빛이 쏟아지는 수영장 모습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햇빛에 일렁이는 수면을 비롯해 모든 것을 명료한 윤곽으로 표현하는 특유의 방식은 이런 인상을 화폭에 담기 위해 고안해낸 것이다. 그 덕분에 그의 그림에서는 청량감과 즐거움이 두드러진다.

하지만 그의 비현실적으로 또렷한 표현법에 대해 “불안을 은유한 것”이란 해석을 내놓는 평론가도 있다. 이 작품은 호크니의 작품 중에서도 불안감이 두드러지는 그림이다.

그림에서 수영장 밖에 서 있는 사람은 호크니, 수영하는 사람은 작가의 전 연인인 미국 화가 피터 슐레진저로 알려져 있다. 호크니는 그림을 그리기 1년 전 슐레진저와 결별했다. 크리스티는 경매 당시 “이 그림은 인간관계 속에 존재하는 엄청난 복잡함을 압축했다”고 평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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