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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에 비유한 환경보호…"지구를 위해 함께 완주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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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상 트랙에 선 두 남성. 한 사람은 페트병에 담긴 물을, 다른 사람은 텀블러에 든 물을 마시며 달린다. 한참 앞선 ‘페트병 남자’가 ‘텀블러 남자’를 보고 비웃는다. 그리고 흐르는 내레이션. “인생은 달리기. 상대가 누가 됐건 치열하게 경쟁한다. 그 삶 속에서 내게 불필요한 건 던져 버리지. 버리지 못한 너는 어리석은 놈.” 잘 달리던 페트병 남자가 갑자기 넘어진다. 자신이 버린 페트병을 밟고 미끄러진 것. 그사이 골인한 텀블러 남자. 그는 텀블러에 든 물을 시원하게 마시며 활짝 웃는다.

김원호 감독이 ‘지구의 날 풀무원 29초영화제’에 출품한 영상 ‘나를 위해! 지구를 위해! 끝까지 달리기 위해!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의 줄거리다. 이 작품은 21일 서울 강남어라운드스튜디오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일반부 대상을 차지했다. 느리고 불편해도 환경에 도움을 주는 텀블러와 빠르고 간편하지만 환경을 해치는 페트병을 달리기에 비유한 게 참신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달리기 장면을 속도감 있게 그려낸 것도 돋보였다.

풀무원과 한국경제신문사가 공동 주최하고 29초영화제사무국이 주관한 이번 영화제는 4월 22일 ‘지구의 날’을 맞아 열렸다. 주제는 ‘나를 위해, 지구를 위해 OOO’와 ‘지구의 내일은 우리의 입에 달렸다!’ 등 2개였다. 지구의 내일을 위해 실천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과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담는 방식이었다. 공모는 지난달 10일부터 이달 10일까지 했다. 일반부 558편, 청소년부 121편 등 694편의 작품이 경쟁했다. 이 가운데 18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청소년부 대상은 ‘우리의 내일’을 만든 서울방송고 정동현 감독에게 돌아갔다. 책상에 앉은 한 여학생을 향해 쓰레기가 날아온다. “이것 좀 버려줘”라며 깡통을 던지는가 하면, “이게 무슨 냄새야?”란 폭언도 날린다. 고개를 푹 숙이고 괴로워하는 여학생 위로 “학교 폭력과 지구 폭력은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의 입과 행동 변화로 달라질 수 있습니다”라는 자막이 흐른다. 이 작품은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는 지구를 학교폭력으로 고통받는 학생에 비유해 호평받았다.

일반부 최우수상을 받은 구경석 감독의 ‘구지’는 ‘지구’를 거꾸로 한 언어유희 제목으로 눈길을 끌었다. 영상은 ‘지구의 날’에 평소 하던 행동을 ‘굳이’ 하지 않음으로써 지구 살리기에 동참하는 사람들을 담았다. 늘 타던 엘리베이터를 굳이 타지 않고, 늘 먹던 고기반찬을 먹지 않는 식이다. 그리고 내레이션이 흐른다. “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지구를 지킬 수 있다는 사실, 알고 있었나요?”

청소년부 최우수상은 ‘지구를 지키는 하나의 마음’을 연출한 연수고 조인혁, 손지우 감독이 차지했다. 카메라는 환경교육 교사와 평소 플로깅(plogging·조깅을 하며 쓰레기 줍기)을 즐기는 학생, 친환경 식재료로 식단을 짜는 영양사 등의 모습을 차례로 비춘다. 그리고 많은 사람이 각자의 자리에서 지구를 위해 작은 실천을 해나가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일반부 우수상은 ‘안녕! 지구특콩대!’의 이윤지 감독에게 돌아갔다. 엄마 콩이 아기 콩들을 지구를 살리는 ‘지구 특콩대’로 만들기 위해 트레이닝하는 모습을 담았다. 동일공고 김수민 감독은 ‘오늘 뭐 먹지?’로 청소년부 우수상을 받았다. 주인공이 고기가 들어간 음식을 집을 때마다, 그 동물을 친구들이 아끼는 모습을 보여준다. 결국 주인공은 식물성 음식을 먹는다.

이날 시상식은 유튜브와 줌을 통해 생중계됐다. 수상자와 가족 등 700여 명이 함께했다. 시상은 김진홍 풀무원식품 대표와 김정호 한국경제신문 사장 등이 맡았다. 일반부 대상 1500만원을 포함해 총 4220만원이 상금으로 나갔다.

29초영화제는 올해부터 전문성 강화를 위해 새로운 심사위원단을 구성했다. 심사위원장은 중앙대 예술대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한국영화평론가협회장 등을 지낸 조혜정 교수가 맡았다. 박준영 제일기획 콘텐츠비즈니스 팀장, 유튜브 채널 ‘삼프로TV’ 제작을 맡고 있는 이왕태컴퍼니의 정성우 대표도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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