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삼성전자를 제외한 코스피 상장사들의 배당 규모가 사상 최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장사들마다 이익이 크게 늘어난데다 주주환원 확대 목소리가 커지면서 '곳간' 문을 더 열었다는 분석이다. 올해도 상장사 실적 성장이 예상되는 만큼 배당 규모는 더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실적증가·사회적 요구에…삼전제외 작년 배당 사상최대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를 제외한 코스피 상장사 555사의 배당규모는 26조1577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 대비 30.53%나 늘어난 규모로 사상 최대다. 삼성전자를 포함하면 지난해 코스피 상장사들의 배당금 총액은 2020년 대비 13.7% 줄어 28조6107억원을 기록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2020년 특별배당을 포함 13조1243억원을 지급하며 배당규모를 일시적으로 확대한 바 있다. 코스닥 상장사들 역시 배당에 적극적이었다. 작년 코스닥 상장사 589곳의 배당금 총액은 2조2040억원으로, 코스닥 배당금 규모로는 처음으로 2조원대를 돌파했다.실적이 대폭 증가한 것이 배당규모 확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코스피 상장사 595곳의 영업이익은 183조9668억원으로, 직전년도 대비 73.59%나 늘어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주주환원정책 제고를 요구하는 사회적 목소리가 커진 것도 배당규모를 끌어올린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 SK케미칼의 경우 작년 싱가포르 헤지펀드 메트리카 파트너스로 부터 주주환원정책을 제고하라는 주주서한을 받았고, 이에 배당성향을 2020년 10.38%에서 2021년 34.95%로 크게 끌어올리며 대응했다.
배당금을 늘린 상장사들은 대체로 주가도 긍정적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현금배당 코스피 상장사 556곳의 2020년말 대비 평균 주가 등락률은 21.81%로 코스피지수 상승률(3.63%)을 크게 웃돌았다. 편득현 NH투자증권 자산관리전략부장은 "작년에 배당을 크게 늘린 기업들은 대체로 실적도 좋다"며 "주가는 실적에 반응해 오르기 때문에 배당 기업들의 주가도 좋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곳간 푼 금융주…"올해도 배당 늘 것"
2020년 대비 2021년 배당성향이 크게 늘어난 기업으로는 금융주가 많았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우리종금, KB금융, 우리금융지주 등 9개 금융주들이 배당성향을 늘렸다. 기준금리 상승으로 순이자마진(NIM) 상승 수혜를 입어 호실적을 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코로나19 이후 금융당국이 보수적 자본관리를 주문하면서 축소했던 배당성향을 다시 확대할 수 있었던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이밖에 효성티앤씨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요가복과 골프복 수요가 급증하며 스판덱스 수요도 증가, 영업이익이 직전년도 대비 무려 434.1%나 늘면서 기말 배당으로 주당 5만원을 지급하는 등 배당성향을 크게 확대했다. 영업이익 1조원을 기록했던 삼성물산도 배당확대로 주주에 보답했다.반면 영업이익이 크게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짠물 배당'을 고수하는 기업도 있었다. 에스엠의 경우 작년 영업이익이 675억원으로 직전년도(65억원) 대비 10배 넘게 늘었는데 배당은 고작 47억원 늘렸다. 실제 국내 3대 의결권 자문기관 중 하나인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은 주당 200원의 배당이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에서 기관투자자에게 재무제표 승인 의안에 반대할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솔브레인도 작년 영업이익이 직전년도 대비 82% 늘었는데 배당규모는 151억원으로 동일하게 책정해 배당성향이 23.94%에서 10.2%로 축소됐다.
증권가에서는 올해도 기업이익 성장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데다 '짠물 배당'을 향한 기관들의 비판도 거세지는 만큼 배당규모는 확대될 것이라고 보고있다. 박은석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주환원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며 기업들도 배당과 자사주 매입을 늘리는 중"이라며 "코스피 상장사들의 올해 순이익 전망치는 전년 대비 소폭 증가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배당성향 역시 작년보다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