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의 KDB생명보험 매각이 최종 무산됐다. MG손해보험이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되면서 예비인수자인 JC파트너스가 KDB생명에 대한 대주주 적격성을 충족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10년 넘게 '애물단지'로 여겨지던 KDB생명이 다시금 산은의 품을 떠나지 못하게 되면서 재매각이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20일 보험업계에따르면 산업은행은 사모펀드 운용사(PEF) JC파트너스와 체결했던 KDB생명 매각에 대한 주식매매계약(SPA)을 해제하겠다고 통보했다.
KDB생명의 예비인수자인 JC파트너스가 보험사의 대주주 요건에 미달하는 상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3일 JC파트너스가 보유한 또다른 보험사인 MG손해보험을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했다.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등에 따르면 부실금융기관(MG손보)의 대주주인 JC파트너스는 KDB생명 대주주 자격 변경 승인 요건을 갖추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은 2020년 12월 30일 JC파트너스와 산업은행은 KDB생명 지분 92.7%를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매각가액은 약 2000억원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발목을 잡았다. 올초 SPA 효력이 정지된 이후엔 JC파트너스의 요청에 따라 매달 연장하는 방식으로 효력을 이어왔다. 그러나 MG손보의 부실금융기관 지정이 결정적으로 작용해 SPA를 해지할 수 밖에 없는 수순으로 접어들었다는 분석이다.
산은은 2010년 부실화한 금호생명을 인수해 KDB생명으로 이름을 바꿨다. 1조원 이상을 투입했지만 경영 상황이 나빠졌고, 2014년부터 수 차례 매각을 시도했지만, 이번에 또다시 매각이 무산되는 전례를 남기게 됐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산은이 쌍용차 매각 등을 성사시키지 못한 책임론이 커질 것을 우려해 단호하게 처리하지 못한 점이 혼란을 키웠다"며 "생명보험업이 별다른 계기를 마련하지 못하는 가운데, 또다른 인수자를 찾을 수 있을지가 의문"이라고 평가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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