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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솔로몬제도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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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남태평양 섬나라 솔로몬제도와 안보협정을 체결했다. 미국이 솔로몬제도에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하기 직전에 이뤄진 이번 협정에 대해 서방 국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중국의 남태평양 장악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기 때문이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18일 정례 브리핑에서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 장관과 제레미아 마넬레 솔로몬제도 외교부 장관이 양국 정부를 대표해 안보협정에 정식 서명했다”고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날 중국 측 발표는 미국 백악관이 “커트 캠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 조정관이 이끄는 대표단이 이번주 중으로 솔로몬제도를 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힌 직후 이뤄졌다. 솔로몬제도 야당이 입수한 협정 초안에 따르면 이번 협정을 통해 중국의 군사력이 솔로몬제도에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 중국의 필요에 따라 함정을 솔로몬제도에 파견하고, 현지에서 물류를 보급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 등이 대표적이다. 또 중국이 질서 유지를 위해 경찰력을 솔로몬제도에 파견할 수 있고, 현지 중국인과 중국 기업이 관여하는 주요 프로젝트를 보호하기 위해선 병력도 보낼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그동안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대중 포위망을 구축해 중국에 대한 견제 수위를 높여왔다. 특히 최근 들어 중국이 미국의 뒷마당으로 인식됐던 솔로몬제도에 손을 내밀자 위기감이 고조됐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은 지난 2월 피지 방문 중에 “솔로몬제도에 29년 만에 대사관을 다시 개설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미국 측은 “이번 협정에서 언급된 중국의 병력 배치가 투명하지 않은 방식으로 이뤄질 경우 역내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다”고 비판했다.

남태평양 지역의 미국 우방국인 호주와 뉴질랜드도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호주는 앞서 고위급 인사를 솔로몬제도에 파견해 머내시 소가바레 총리에게 중국과의 협정에 서명하지 말 것을 요청했다. 호주는 솔로몬제도에서 인종 간 유혈 폭동 사태가 벌어진 2003년부터 2017년까지 솔로몬제도의 평화를 회복하기 위한 안보협정을 맺고 경찰과 병력을 파견한 바 있다.

FT는 최근 “중국 기업들이 미국과 동맹국의 군사기지 근처에 있는 섬들을 마구잡이로 사들이고 있다”며 대표적으로 중국삼기업그룹의 솔로몬제도 툴라기섬 토지 임대차 시도 사례를 거론했다. 또 “솔로몬제도뿐만 아니라 아프리카와 필리핀 등 인근의 섬도 장기간 토지 임대차 계약을 맺어 해군 군사기지로 삼으려 한다”며 “현대판 동인도회사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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