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체육관 안에서 융합현실(MR) 헤드셋 ‘홀로렌즈’를 쓰자 눈앞에 대나무 숲과 폭포가 나타난다. 관람석 사이로는 토끼와 사슴이 뛰어다닌다. 헤드셋이 없어도 스마트폰 앱으로 이 같은 풍경을 볼 수 있다. 스타트업 더블미가 서울시 등과 함께 준비하고 있는 현실 기반 메타버스의 모습이다.
2015년 3월 출범한 더블미는 현실 공간을 바탕으로 가상 세계를 구현하는 MR 플랫폼 ‘트윈월드’를 운영한다. 이용자의 눈앞에 3차원(3D) 그래픽만을 띄우는 기존 VR(가상현실) 방식 대신 실제 공간에 그래픽을 일부 덧입혀 보여주는 식이다. 김희관 더블미 대표(사진)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라며 “백화점 한복판이나 유휴 스포츠시설 등을 대규모 엔터테인먼트 공간으로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더블미는 트윈월드를 통해 2020년 11월부터 올 초까지 세계 17개 도시 26개 장소에 MR 메타버스 공간을 만들었다. 작년엔 트윈월드를 통해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한 대형 쇼핑몰에 너비 150m, 높이 15m 규모 MR 수족관을 꾸몄다. 이 수족관에는 3D 아바타, 조개잡이 게임 기능 등을 적용했다. 싱가포르 센토사섬에도 MR 메타버스로 실감형 관광 콘텐츠 서비스를 넣었다.
김 대표는 “지금까지도 가상 수족관을 구경하기 위해 쇼핑몰 현장을 찾는 방문객들이 꾸준하다”며 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온라인 접속 시간이 늘어났다지만 여전히 사람들이 현실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길다”며 “이 때문에 현실 맥락과 닿아있는 메타버스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봤다”고 했다.
“기성 메타버스 플랫폼 대부분은 가상 세계를 개발 기업이 제작한 온라인 공간으로 한정합니다. 하지만 MR 메타버스는 일상에 어우러져요. 내가 일하는 사무실 한쪽에 MR 정원을 꾸미고, 퇴근하면 집 안 배경을 우주로 바꿔 친구와 함께 파티를 여는 식이죠.”
일반 이용자도 트윈월드를 통해 메타버스 공간을 직접 꾸밀 수 있다. 홀로렌즈를 쓴 채 각종 배경이나 동·식물 등 그래픽 오브젝트(객체)를 잡아 원하는 공간에 끌어놓으면 된다. 가구를 재배치하듯 기존 공간 콘텐츠를 바꿀 수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개인용 메타버스 공간이 약 3만개에 달한다. 더블미는 연내 이용자가 직접 그래픽 오브젝트를 만들 수 있게 하는 솔루션도 내놓을 계획이다.
더블미는 아바타가 아니라 이용자의 현실 모습으로 홀로그램 회의를 할 수 있게 하는 솔루션도 운영한다. 홀로그램 그래픽을 구현하기 위해 3D 카메라 여러 대가 사람을 360도 촬영해야 했던 기존 방식을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대폭 개선했다. 3D 카메라 한 대로만 사진을 찍어도 홀로그램 아바타를 만들 수 있다. AI가 사진에서는 보이지 않은 부분까지 예측해 그래픽 작업을 해주기 때문이다. 더블미는 현실 공간을 3D 그래픽으로 옮겨주는 공간 스캐닝 기술 ‘홀로썬’도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
트윈월드는 베타서비스(시범서비스) 단계다. 그간 누적 가입자 약 10만명을 모았다. 더블미는 서비스 규모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5세대(5G) 통신 ‘킬러 콘텐츠’로 메타버스를 눈여겨본 글로벌 통신사들의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더블미는 스페인 텔레포니카, 독일 도이치텔레콤, 싱가포르 싱텔 등 각국 16개 통신사와 협업하고 있다.
지난 19일엔 300억원 규모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삼성벤처투자, RHK 등이 전략적투자자(SI)로 참여했다. 김 대표는 “메타버스 업계의 ‘유튜브’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