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소속 의원의 ‘위장 탈당’이란 꼼수까지 동원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의 강행 처리에 나서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합류한 무소속 양향자 의원이 법안에 사실상 반대 입장을 보이자 안건조정위원회 의결을 위해 민주당 민형배 의원이 탈당해 무소속으로 전환했다. 민주당이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 검수완박 법안 통과를 위해 검찰 출신 의원을 법사위에서 제외하거나 소위를 바꾸면서 국회 의사 진행 수단을 무력화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민형배 탈당…野 “안건위 무력화 꼼수”
20일 법사위 소속인 민 의원은 민주당을 전격 탈당해 무소속이 됐다. 민 의원의 탈당은 검수완박 입법에 신중한 입장을 보인 양 의원을 대신해 안건조정위에서 과반을 점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사실상 안건조정위에서 국민의힘 반대를 무력화하기 위한 ‘꼼수’인 것이다.안건조정위는 상임위에서 이견이 있는 법안의 처리에 앞서 여야가 동수로 위원회를 구성해 최장 90일 동안 법안을 심의하는 소위원회다. 비교섭단체가 있을 경우 무조건 1명을 포함해야 한다. 민주당 소속 박광온 법사위원장이 안건조정위 비교섭단체 몫 1명을 무소속 민 의원으로 지정하면 안건조정위 구성이 민주당 3명, 국민의힘 2명에 민 의원까지 6명이 된다. 찬성 4, 반대 2의 구도가 갖춰지는 것이다.
민주당은 앞서 안건조정위에 대비해 상임위원 사·보임을 통해 민주당 출신인 양 의원을 법사위에 투입했다. 하지만 정작 양 의원은 민주당 당론과 달리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문건을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 의원이 법안 처리에 반대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자 소속 의원 탈당 카드까지 꺼내 들었다.
국민의힘은 즉각 반발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이 또다시 안건조정위를 무력화시키려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며 “이것이야말로 입법 독재가 아니고 무엇이냐”고 공세를 퍼부었다.
안건조정위는 법사위원장이 21일 오전까지 참여 의원 명단을 제출받아 확정할 예정이다.
○출장 미룬 박병석의 선택은
법안 처리의 ‘키맨’으로 주목된 박병석 국회의장은 이날 해외 출장 일정을 보류했다. 오는 23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로 예정됐던 박 의장의 해외 순방 일정은 초미의 관심사였다.박 의장이 자리를 비우면 의장 사회권이 부의장에게 넘어간다. 이 경우 민주당 소속 김상희 부의장이 사회권을 행사해 법안 처리가 한층 쉬워질 것으로 관측됐다. 국민의힘이 법안 저지를 위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 진행 방해)를 예고한 상황에서 172석의 민주당이 필리버스터 종료를 위해 필요한 180석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의장의 사회권을 통해 ‘회기 쪼개기’를 해야 한다. 박 의장이 민주당의 구상대로 회기 쪼개기 등에 동의하지 않으면 이번 정부 임기 내 법안 처리는 어려워진다.
여야는 지난 18일부터 사흘째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 심사를 위한 법사위 소위원회를 열고 ‘강 대 강’ 대치를 이어갔다. 전날엔 고성과 막말 논란으로 마라톤 심사 끝에 소위가 파행되기도 했다.
검찰은 이날 검수완박 법안 처리 시 예상되는 부작용을 설명하며 여론전에 나섰다. 대검찰청 형사부(부장 김지용 검사장)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검찰의 보완수사·재수사 사례 22건을 소개하며 법안이 원안대로 통과되면 앞으로 이 같은 수사 성공 사례를 볼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설지연/김진성/맹진규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