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생활건강이 미국 화장품 브랜드인 크렘샵(The Creme Shop)을 1500억원에 인수한다.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이 지난 달 주주총회에서 6번째 연임에 성공한 이후 첫 인수합병(M&A)이다. 중국에 집중된 사업 비중을 다변화하고 미국 1020세대를 집중 공략하는 방향으로 활로를 틀었다는 분석이다.
LG생활건강은 20일 크렘샵 주식 65만주(65%)를 1억2000만 달러(약 1485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이번 계약에는 크렘샵 잔여지분 35%에 대해 5년 이후 LG생활건강이 추가 매입할 수 있는 콜옵션도 포함됐다.
2020년 5월 피지오겔의 아시아 및 북미 사업권을 1923억원에 인수 이후 2년만에 최대 규모의 M&A다.
크렘샵은 미국 MZ세대, 특히 10대와 20대가 즐겨찾는 중저가 화장품 브랜드로 한국계 미국인이 설립한 회사다. 헬로키티, 디즈니 등 여러가지 캐릭터 디자인을 입힌 기초 및 색조화장품과 뷰티 액세서리 등을 판매하고 있다.
특히 네이버 라인프렌즈와 방탄소년단(BTS)가 디자인 한 BT21 캐릭터와의 콜라보레이션 제품으로 미국 현지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크렘샵은 미국 MZ세대들의 K-뷰티에 대한 관심과 현지 감성을 배합한 브랜드"라며 "최근 3년간 평균 30% 이상의 매출 성장세를 이어가는 기업"이라고 설명했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까지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17년 연속 성장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는데도 불구하고 올들어 주가가 급락했다. LG생활건강의 성장판 역할을 하던 중국 화장품 시장의 변화가 주가 급락 원인으로 꼽힌다.
그동안 LG생활건강의 중국 시장과 ‘후’ 브랜드 매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시장의 지적이 많았다. 지난해 기준 '후' 매출은 약 2조9200억원으로, 화장품 사업 매출(4조4414억원)의 약 66%에 달한다. LG생활건강의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약 36%다. 중국 매출 비중은 약 50%, 중국 매출에서 후 브랜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75% 안팎이다.
이번 인수를 통해 LG생활건강은 중국에 집중된 사업구조를 다변화하고 북미시장 공략을 더욱 가속화할 계획이다. 피지오겔, 유시몰, 알틱폭스 등 글로벌 인지도의 브랜드 M&A 효과가 올해부터 본격화할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