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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이 60만원 드라이기를 하루 3000원에 빌려주는 이유 [한경 엣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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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을 팔아야 하는 기업이 물건을 빌려주고 있습니다.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감)'를 중요시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소비자들의 성향을 반영한 것인데요. 업체들은 대여 서비스를 통해 매장 및 플랫폼 방문자를 늘리고 브랜드를 홍보하는 효과를 거두겠다는 계획입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CU는 지난 1월 렌털서비스 스타트업 '어라운더블'과 손잡고 '픽앤픽 대여 서비스'를 선보였습니다. 소비자는 편의점에서 골프채, 다이슨 헤어드라이기, 캠핑용품 등을 빌릴 수 있게 된 것이죠.

서비스 론칭 3개월이 지나 성과를 분석해보니 반응은 상당했습니다. 지난달 픽앤픽 서비스 이용 건수는 1월 대비 488.5% 증가했습니다.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필수로 가입해야 하는 픽앤픽 웹페이지 가입자 수도 12배 불어났습니다.

서비스 이용자는 신규 서비스에 관심이 많으면서 가심비를 중요시 여기는 MZ세대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령대별로 20대가 27.3%, 30대가 41.6%, 40대가 22.8%, 기타 8.3% 순으로 2030세대가 70% 가까이 차지했습니다.


이용자 만족도도 높습니다. 다이슨 에어랩을 한달(30일) 대여한 회사원 송모 씨(34)는 "고가의 상품이라 앞으로 내가 자주 사용할지 미리 체험해보고싶었다"며 "하루 3000원에 드라이기를 이용하는 셈인데 나름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대여 서비스를 통해 물건을 체험해본 뒤 오히려 구매를 포기한 사례도 있습니다. 50만원대 LG프라엘 피부관리기를 15일 빌린 배모 씨(31)는 "기대와 다르게 피부관리기를 잘 안 쓰게 되더라"며 "큰돈 주고 샀다가 방에 진열만 해놓을뻔했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하루 2600원에 제품을 이용했는데, 미리 써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습니다.

배씨는 피부관리기 구매는 포기했지만 대여와 반납을 위해 편의점을 방문할 때마다 1만~2만원씩 지출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편의점에 방문했다가 맥주와 과자를 사느라 돈을 조금 더 썼다"고 말했습니다. CU 입장에서는 렌털서비스를 통해 집객효과를 누리며 매출도 올린 셈입니다.

이런 마케팅은 오프라인 점포에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닙니다. 온라인 명품 플랫폼도 비슷한 전략을 펼치고 있습니다. 온라인 명품 쇼핑몰 리본즈는 이달 초 '써보고 구매하기' 서비스를 선보였습니다. 명품 구입 비용을 부담스러워하는 MZ세대를 위해 기획한 서비스로, 이용자는 첫달엔 제품 판매가의 1%만 결제하면 됩니다. 이후 다섯달 동안 제품의 감가 비용만큼 월 이용료를 지불하고, 6개월간 제품을 이용한 뒤 마음에 들면 최종 구매하는 시스템입니다.

업계에서는 이 서비스가 사실상 렌털서비스에 가깝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한 명품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명품 수요가 많아지긴 했지만 구매 비용을 부담스러워하는 소비자도 많은 것이 사실"이라며 "미리 체험해보고 만족도를 가늠해볼 수 있는 서비스가 소비자들 사이에서 반응이 좋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어 "렌털서비스 이용자가 구매자로 전환될 가능성도 높다"며 "온·오프라인 할 것 없이 렌털서비스를 통해 소비자를 유인하려는 시도는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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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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