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정희 중앙선거관리위원장(사진)이 18일 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부실 관리에 책임을 지겠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사전투표 논란이 불거진 지 한 달여 만의 일이다.
노 위원장은 이날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중앙선관위 전체 위원회의에서 “확진자 사전투표 관리에 대한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의를 밝혔다. 노 위원장은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린 것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이 사과드린다”며 “오는 6·1 지방선거가 흠 없이 치러지도록 국민 모두가 협조해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했다.
앞서 지난달 5일 진행된 코로나19 확진·격리자 대상 대선 사전투표에서 선관위는 투표자 본인이 직접 투표함에 투표용지를 넣지 못하도록 지침을 정했다. 그러자 일부 투표자가 “부정선거 가능성이 있다”고 항의하며 큰 소동이 벌어졌다. 확진자가 기표한 투표지를 투표사무원이 투표함에 대신 넣는 과정에서 소쿠리나 쓰레기봉투가 등장하는 등 수거 과정도 제각각이었다.
전례 없는 부실투표 논란에도 ‘선거 수장’인 노 위원장은 당시 출근하지 않아 논란이 일었다. 선관위원장이 비상임직이라는 이유로 출근하지 않은 것이다.
선관위는 사전투표 부실 관리 논란에 지난달 21일 선거관리혁신위원회(혁신위)를 꾸리고 수습 방안을 논의했다. 18일 혁신위는 “예측과 준비, 대처에서 총체적인 잘못이 있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대선 특별관리대책이 방역당국과 협의 등으로 지난 2월 25일에야 결정되고 위원회의와 위원장에 충실히 보고되지 못했다”며 중앙선관위 사무처의 정책 결정이나 위원회 심의 과정 모두에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사전투표 수요·소요 시간 예측, 정책 결정 시스템 결함에 따른 의사결정 실기 및 보고 미비, 투표 사무인력 수급난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아울러 현직 대법관이 겸하는 선관위원장직을 장기적으로 상근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노 위원장은 이날 혁신위 결론을 보고받은 뒤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고 위원들에게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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