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 대해 증거인멸과 은닉 혐의로 기소된 박철 전 SK케미칼 부사장에게 징역 5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1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5단독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피고인을 엄벌해 법의 준엄함을 일깨워줄 필요가 있다"며 박 전 부사장에게 징역 5년을, 함께 기소된 SK케미칼과 SK이노베이션엔 각각 벌금 1000만원을 구형했다.
검찰은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소비자 다수에게 피해가 발생한 참사"라며 "관계 회사는 진상 규명을 위한 조사에 협조하기보다는, 회사의 역량을 동원해 오랜 기간 치밀하고 집요하게 진실을 가리는 데 중점을 뒀다"고 비판했다.
박 전 부사장 측 변호인은 최후변론에서 "피고인들은 모두 평범한 회사원들로, 범죄를 저지르면서까지 회사 이익을 도모할 이유가 없다"며 "사회적 관심 때문에 실제와 다르게 과도한 책임을 물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박 전 부사장 등은 SK케미칼 전신인 유공이 국내 최초로 가습기 살균제를 개발한 당시, 1994년 10∼12월 서울대에 의뢰해 진행한 유해성 실험 결과를 은닉한 혐의를 받는다. SK케미칼은 서울대 수의대 이영순 교수팀에 의뢰한 흡입독성 실험에서 안전성이 확인돼 제품을 출시했다고 밝혔지만, 언론·국회 등의 자료 요구에 "자료가 남아 있지 않다"고 대응했다.
검찰은 박 전 부사장 등이 고의로 관련 자료를 숨겼다고 보고, 증거인멸·가습기살균제특별법 위반 등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가습기살균제특별법은 사업자가 환경부 조사에 거짓된 자료·물건이나 의견을 제출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이들과 마찬가지로 가습기 살균제 사태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진 SK케미칼과 애경산업 전직 임원들은 지난해 1월 1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현재 서울고법에서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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