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에 최연소·최장시간 ‘춘향가’ 완창 기록을 기네스북에 올린 소리꾼, 독일 극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사천의 선인’을 판소리 ‘사천가’로 재창작한 작창가, 록밴드 보컬, 뮤지컬 배우, 그리고 어려서 “예솔아~ 할아버지께서 부르셔”로 시작하는 노래 ‘내 이름(예솔아!)’를 부른 가수···.
문화계에서 ‘이잘함’으로 통하는 만능 예술인 이자람이 지난 15일 첫 산문집 《오늘도 자람》(창비)을 출간했다. 창작자로서 전통이라는 틀에 갇히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개척한 과정을 글로 풀어냈다.
솔직한 문장이 매력이다. ‘연습을 어떻게 해야 잘하냐’고 묻는 후배에게 “연습실에 들어갈 때 휴대폰을 꺼두라”고 조언한다. 공연을 닷새 앞두고 와인병을 따다가 “불현듯 턱을 치고 올라와 엄격함만 앞세우는 나의 자아”와 “과거도, 약간 앞선 미래도 아닌 현재에 딱 서서 지금 당장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며 기분 좋게 살자”는 자아가 다툰다. 울적할 때는 그 역시 다른 사람의 음악으로 위로를 받는다. “나를 응원해주는 그 역시 내 작업들의 표면의 이면 어딘가의 나를 응원하겠지. 우리는 그렇게 서로 끄덕이며 계속 삶을 걸어간다.”
소설가 김애란은 추천사를 통해 “이자람은 아주 젊을 적부터 이미 장인이었으나 30년째 연습방 들어가는 일을 멈추지 않는다”며 “수련 그 자체가 준 삶의 이치를 조심스레 우리와 나눈다”고 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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