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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짝 핀 서울 8대 상권…'보복 소비' 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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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완전히 찾아들지 않은 지난 15일 오후 7시. 서울 을지로의 ‘노가리골목’ 야외 테이블은 생맥주로 목을 축이는 젊은이들로 가득했다. 호객 행위를 하는 상인들의 얼굴도 활짝 피었다.

비슷한 시간대 소공동 롯데백화점 샤넬 매장엔 60여 팀이 입장하기 위해 대기 중이었다. “오늘 대기 등록은 더 이상 받지 않는다”는 안내에 뒤늦게 매장을 찾은 소비자들은 줄줄이 발길을 돌렸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평일 저녁 시간에도 명품 브랜드를 구입하려는 인근 직장인의 ‘퇴근런’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확산세가 정점을 찍고 수그러들면서 ‘보복 소비’가 폭발하고 있다. 재택근무 해제 등 일상 복귀 움직임에 날씨까지 따뜻해져 소비자들이 오프라인에서도 지갑을 활짝 열고 있다.


17일 ‘한경-비씨카드 빅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서울 강남·명동·성수·여의도·을지로3가·이태원·잠실·홍대 등 주요 8대 상권의 소비가 급격하게 반등하고 있다. 이곳 8개 지하철역 반경 1㎞ 상권에 있는 비씨카드 가맹점(음식·유흥업종)의 4월 둘째주(4월 4~10일) 결제액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60만 명을 넘어 정점에 달했던 3월 셋째주(3월 14~20일)에 비해 평균 11.3% 증가했다.

특히 ‘벚꽃 상권’이 호황이다. 잠실역과 여의도역 상권 결제액은 같은 기간 각각 52.3%, 38.8% 급증했다. 유동인구도 크게 늘었다. 데이터 전문 스타트업 로플랫에 따르면 4월 둘째주 잠실역 반경 1㎞의 유동인구는 3월 셋째주에 비해 46.1% 증가했다. 주말을 맞아 나들이 나온 인파로 16일 편의점 CU의 한강변·유원지 매장 품목별 매출은 지난달 대비 평균 238% 늘었다.

정부가 18일부터 사적 모임과 식당 등의 영업시간을 제한하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전 해제하기로 함에 따라 보복 소비에 더 불이 붙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자들이 ‘위드 코로나’에 적응해가면서 오프라인 소비를 크게 늘리고 있다”며 “비대면 소비로는 채우지 못한 소비 욕구가 거리두기 해제 후 더 분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2차 갑시다"…밤시간 결제액, 여의도 56%·잠실 69% 늘었다
2030 골프용품 2배 더 구매…"재택 끝" 男정장 매출 21%↑
봄바람과 함께 찾아온 소비회복세로 유통·소비재 업계는 화색이다. “보복소비라는 표현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라는 게 관계자들의 공통된 얘기다. 이런 가운데 다른 곳보다 더 잘되는 분야가 있다. 나의 즐거움을 위해서라면 돈 쓰는 것을 아끼지 않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주도하는 시장이 대부분 그렇다.

백화점에서는 객단가가 높고 수익성이 좋은 골프와 아웃도어 상품군 매출이 계절적 요인과 맞물려 크게 늘었다. 현대백화점의 4월 둘째주 골프 상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4.5%, 아웃도어 상품은 44.8% 증가했다. 두 상품군 모두 2030 소비자가 매출 증대를 이끌고 있다. 2030 소비자의 골프 상품군 매출은 두 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택근무가 장기화하면서 긴 침체기를 겪었던 남성 정장 시장도 ‘바닥’을 치고 살아나고 있다. 지난달 1일부터 이달 10일까지 현대백화점의 남성 정장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0.5% 늘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패션 부문 매출이 확실히 반등하고 있다”며 “특히 2030이 아낌없이 지갑을 열고 있다”고 말했다.

빈방이 넘쳐나던 도심 호텔들의 상황도 달라졌다. 지난 9~10일 서울 콘래드호텔, 그랜드하얏트호텔, 워커힐호텔 등 주요 5성급 호텔은 오랜만에 만실을 기록했다. 호텔에서 벚꽃을 보며 휴식을 즐기는 ‘꽃캉스’ 족이 대거 호텔을 찾으면서다. 롯데호텔 서울의 지난 8~10일 예약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약 90% 급증했다. 업계에 따르면 주요 특급호텔의 주말 예약률이 대부분 90%대를 회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행업계도 웃음꽃이 피었다. G마켓과 옥션에 따르면 정부가 해외 입국자 자가격리 면제 계획을 발표한 지난달 11일부터 이달 4일까지 해외 항공권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아홉 배 이상 급증했다. 현지투어 상품 판매량도 여덟 배 늘었다. 가격이 비싸더라도 먼 곳으로, 제대로 떠나려는 소비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전 한국유통학회장)는 “자기만족에 가치를 두는 이른바 ‘가치소비’ ‘미(me)코노미’가 확산하고 있다”며 “그들에게 확실한 재미나 의미를 부여하는 곳들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장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종관/한경제/이미경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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