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브랜드 휠라의 오너 윤윤수(75)회장이 휠라홀딩스의 주식을 잇달아 사들이고 있다. 윤 회장은 개인회사인 피에몬테를 통해 지난달부터 지주회사인 휠라홀딩스의 지분을 약 300억원 매입했다. 주가가 하락한 틈을 노려 취약하다고 평가받는 지배구조 강화에 나서고 있다.
◆휠라 주식 300억원 매수
1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휠라홀딩스의 최대주주 피에몬테는 지난달 8일부터 지난 13일까지 장내에서 97만7607주를 취득했다. 액수로는 300억원어치다. 피에몬테의 지분은 21.66%에서 23.26%로 소폭 확대됐다. 증권업계에서는 2020년 10월 이후 주가 하락을 노려 다시 지배력 강화에 나섰다고 분석했다. 최근 주가는 작년 고점(5만9800원) 대비 43% 이상 하락했다. 2020년에도 장내에서 300억원의 주식을 매수했다.
지주회사인 휠라홀딩스는 옥상옥 지배구조를 가지고 있다. 윤 회장의 개인회사인 피에몬테를 통해 휠라홀딩스를 지배하는 구조다. 윤 회장은 피에몬테의 지분을 75.18% 가지고 있고, 나머지 지분은 2세인 윤근창(46) 휠라홀딩스 대표가 소유하고 있다. 윤 대표는 최대 주주로 있는 의료용 전동스쿠터와 휠체어를 제조하는 케어라인을 통해 피에몬테 지분 20.77%를 보유하고 있다.
휠라홀딩스의 지배구조는 휠라의 탄생 배경과 관련있다. 휠라코리아의 대표였던 윤윤수 회장은 2005년 MBO(내부 경영자인수)방식으로 휠라코리아를 인수했다. 당시 윤 회장의 지분율은 14% 수준이었다. 이후 신주인수권을 활용해 20%대까지 지분을 늘렸으나 행동주의 투자자의 공격 가능성이 있다.
피에몬테는 자금조달을 위해 휠라홀딩스 주식을 담보로 거액의 빚을 냈다. 현재 지주사 지분 54%(765만주)를 담보로 한국증권금융과 한화투자증권으로부터 1250억원의 대출한도를 설정해 놓고 있다. 지난달 지분 7.65%(465만주)를 담보로 한국증권금융(600억원)과 한화투자증권(250억원)으로부터 850억원의 대출한도를 설정한 것에서 크게 늘렸다.
휠라홀딩스는 이제까지 취약한 지배구조가 약점으로 지적돼 왔다. 피에몬테의 휠라홀딩스 지분은 20% 초반대다. 이 때문에 패션업계에서는 윤 회장이 주가가 하락한 틈을 타 지배력을 다지는 것으로 해석했다. 휠라 관계자는 다만 “주가 하락을 방어하고 책임경영을 강화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아크쉬네트, 비중이 휠라 넘어서
휠라는 본업인 의류업체에서 벗어나고 있다. 2016년에 골프 장비 브랜드 ‘타이틀리스트’로 알려진 아크쉬네트를 인수하면서다. 작년 아크쉬네트는 영업이익 2913억원을 기록해 휠라의 영업이익인 2014억원을 초과하는 ‘크로스오버’ 현상이 나타났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전 세계적으로 골프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골프 장비 수요가 큰 폭으로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휠라의 하락세는 치명적이다. 휠라 브랜드력이 떨어지면 전 세계에 있는 로열티도 동반으로 하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휠라홀딩스는 지난 2월 추락하는 휠라의 브랜드력을 살리기 위해 5년간 1조원을 투자하는 5개년 계획을 세웠다. 휠라는 2019년 영업이익 2613억원을 기록한 뒤 계속 하락 중이다. 윤근창 휠라홀딩스 대표는 한국과 미국에 오가며 휠라의 브랜드 가치 재정립을 구상하고 있다. 그는 휠라코리아를 이랜드 출신의 김지헌 대표에게 맡기고 자신은 휠라의 글로벌 사업에 집중할 계획이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