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脫 '탈원전'에도…원전 생태계 '봄'은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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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 정책 시행 이후 일감이 뚝 끊겼습니다. 직원들은 ‘미래가 없다’며 나갔고, 은행 거래마저 힘들어졌습니다.”

15일 만난 경남 창원에 있는 원자력발전소 부품업체 영진테크윈의 강성현 대표는 여전히 ‘탈원전 쓰나미’ 한가운데 있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탈원전 정책 폐기를 공식화했지만 원전 생태계의 근간을 이루는 뿌리업체들에 ‘부활’은 먼 얘기일 뿐이다.

영진테크윈, 삼부정밀, 인터뱅크, 세라정공, 무진기연…. 한국경제신문이 원전산업 부활 가능성을 살피기 위해 접촉한 원전 중소기업들은 여전히 생존을 위한 사투에 급급한 처지였다. 매년 2억원씩 빚을 내 버틴다는 영진테크윈은 70억원을 들여 구매한 컴퓨터수치제어(CNC) 연삭기 등 20여 개 장비를 은행에 담보로 잡혔다. 1억9000만원에 산 선반을 8000만원에 처분해 직원 월급을 주기도 했다. 원전용 자동 연료공급장치를 생산하는 삼부정밀의 최재형 대표는 “설비투자를 위해 빌린 대출 25억원을 상환하라는 은행 독촉 전화만 매일 온다”고 한숨을 쉬었다.

원전산업의 뿌리 역할을 하는 중소기업들은 재생을 장담하기 힘든 상태다. 원전 매출이 ‘제로(0)’로 떨어진 탓에 이미 문을 닫았거나 기초체력이 극도로 약해진 사례가 수두룩하다. 두산에너빌리티(옛 두산중공업)가 있는 창원을 중심으로 2018년 353개였던 경남 지역 원전업체는 270여 개로 줄었다. 살아남은 업체도 경쟁력 회복을 자신할 수 없다. 원전 제어봉 제어계통 전력함(퓨즈 및 차단기) 제조사 인터뱅크의 문찬수 대표는 “10년 넘게 근무한 고숙련 근로자가 대부분 그만둬 다시 일감이 늘어도 소화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했다.

대형 원전 하나에는 100만 개가 넘는 부품이 들어간다. 뿌리업체의 부활 없이 원전산업 재건을 논할 수 없는 이유다. 하지만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더라도 중소업체까지 온기가 퍼지기엔 걸림돌이 한둘이 아니다. 무엇보다 일감이 생기기까지의 공백(데스밸리)을 줄이는 게 급선무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장은 “4~5년은 지나야 작은 설비를 맡은 중소기업에 일감이 갈 것”이라며 “서둘러 구체적인 원전 부활 프로젝트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진원/창원=김해연 기자 jin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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