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또 신저가를 기록했다. 이달 들어서만 다섯 번째다. 올해에만 주가가 14% 이상 빠졌다. 역대 최대 규모의 실적 달성에도 주가가 연일 하향곡선을 그리자 올 들어 9조원 넘게 삼성전자를 순매수한 ‘동학개미’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외인 ‘팔자’에 하락한 주가
15일 삼성전자는 1.33% 내린 6만6600원에 마감했다. 장 초반부터 6만7000원 선이 무너졌고 한때 6만6500원까지 내려가며 52주 신저가를 경신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7일부터 4거래일 신저가를 찍었다. 13일 주가가 2.54% 반짝 반등했지만 다시 약세가 지속되며 이날 신저가 행진을 이어갔다.증권가에서는 약세의 배경으로 미국 금리 상승과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인한 외국인들의 ‘셀코리아’를 꼽는다. 여기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투자심리 악화에 불을 붙였다는 것이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외국인들이 위험자산을 처분하고 안전자산으로 갈아타는 과정에서 한국의 대표적 기업인 삼성전자 주식을 대규모 정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3조485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이달(4월 1~14일)만 놓고 보면 1조8277억원으로 순매도액 1위였다. 2위인 SK하이닉스(3778억원)의 네 배가 넘는다. 반면 개인은 올 들어 9조1642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불투명한 반도체 시장도 원인으로 꼽힌다. 전 세계 반도체 수요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이 코로나19로 록다운에 들어간 데다 그동안 반도체 수요를 견인한 컴퓨터·노트북 수요도 경제활동이 재개되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서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4나노미터(㎚) 양산품 생산 수율이 부진하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것도 주가엔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경쟁사인 대만 TSMC는 4㎚ 공정 수율은 70%대로 안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도 엇갈리는 주가 전망
삼성전자 주가를 놓고 전문가들 사이에서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주가 하락 요인이 대부분 반영됐다는 분석과 낙폭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맞서고 있다.주가 상승을 전망하는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의 탄탄한 실적 성장을 근거로 든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주당순이익(EPS)은 2019년 3166원에서 지난해 5777원까지 증가했다. 우크라이나 사태, 중국 봉쇄 등 외부 요인이 해결되면 반등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정성한 신한자산운용 알파운용센터장은 “장기 투자를 생각한다면 삼성전자는 지금도 투자할 가치가 높다”고 설명했다.
반면 일부 전문가는 삼성전자가 추가로 하락할 여지가 있다고 분석한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10년간 삼성전자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평균 1.6배 수준이었지만 주가 저점 기간에는 PBR이 평균 1.2배 수준까지 낮아지기도 했다”며 “현재 PBR은 1.35배 수준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전자 주가가 저점 평균인 PBR 1.2배까지 떨어지면 6만원대 초반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