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업계가 서울시의 심야버스 확대 방침에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서울시는 택시업계와 협의를 거쳤다는 입장이지만, 택시업계는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하고 있다. 심야 승차난 해소를 위해선 택시 공급을 늘릴 유인책이 동시에 시행돼야 한다는 게 택시업계의 지적이다.
서울시는 오는 18일부터 심야(밤 11시~오전 6시)에 운행되는 ‘올빼미버스’를 기존 9개 노선, 차량 72대에서 14개 노선, 차량 100대로 점차 늘릴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시는 지난 5일 “올빼미버스를 최초 도입할 때도 택시업계 의견을 들었고 이번 확대 계획에서도 택시업계의 협의 의견을 들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택시업계는 협의가 아니라 통보에 불과했다고 반박했다.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관계자는 “서울시 관계자한테 구두로 통보받은 게 전부”라며 “택시라도 잘 돌아가게끔 정책을 구상해달라고 부탁했지만 결국 반영된 것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서울특별시택시운송사업조합 측도 “정책 수립 과정에서 택시업계 입장이 반영된 것 같지 않아 아쉬움이 있다”고 전했다.
현장에서 만난 택시기사들도 심야버스 확대로 수입 감소를 우려했다. 오후 7시부터 다음날 오전 7시까지 새벽 운행을 주로 하는 택시기사 임모씨(68)는 “심야버스 확대로 손님을 나눠 가지면 택시기사 수입이 줄어드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뻔히 예상되는 일”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코로나19로 수입이 50% 이상 줄고 최저시급조차 나오지 않아도 최대한 버티다 요즘 수입이 살아나기 시작했는데 갑자기 심야버스 확대라니 너무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택시기사들은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된 지난 2년간 수익이 급격히 줄면서 수익성이 좋은 택배와 배달업으로 하나둘 떠났다.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2월 전국 택시 운전자 수는 23만9434명으로 2년 전인 2020년 2월 대비 8.4% 감소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택시 기본요금 인상과 할증 시간 확대, 할증률 인상 등 택배·배달로 나간 택시기사들이 다시 택시업계로 돌아오도록 하는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심야시간 유동인구가 워낙 많이 증가한 만큼 심야버스를 늘려도 택시업계 피해는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향후 택시업계도 숨통이 트일 수 있게 여러 가지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장강호 기자 callm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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