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앱 ‘배달의민족’(배민)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이 지난해 매출 2조원을 처음으로 넘어섰습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음식 배달 시장이 급격히 성장한 영향 때문입니다. 하지만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배달 수요가 증가해 매출이 늘었지만 그만큼 배달비용도 크게 증가한 영향입니다.
우아한형제들은 최근 연결 기준으로 지난해 매출 2조87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습니다. 1년 전보다 94.3% 늘었습니다. 7년 전인 2014년(290억원)과 비교하면 69.2배에 달합니다. 그동안 국내 음식 배달 시장이 급격히 성장한 덕을 봤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온라인 음식 서비스 거래액이 2017년 2조7325억원에서 지난해 25조6783억원으로 4년 새 10배 가까이 폭증했습니다.
하지만 우아한형제들은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작년 영업손실 756억원을 기록했습니다. 1년전(영업손실 112억원)보다 적자 규모가 6배 이상 늘었습니다. 일각에서는 창업자인 김봉진 의장이 지난해 직원과 배달원에게 증여한 주식보상비용(999억원)을 제외하면 흑자라는 의견도 나옵니다.
적자를 기록한 핵심 이유는 다른 곳에 있습니다. 영업비용 내역을 보면 외주용역비가 2020년 3294억원에서 지난해 7863억원으로 2.3배 늘었습니다. 우아한형제들이 외주용역비 대부분을 지불한 곳은 배달 업무 등을 맡는 자회사 우아한청년들입니다. 우아한청년들이 지급한 외주용역비는 지난해 5740억원입니다. 전년(1815억원)보다 3배 이상 늘었습니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우아한청년들의 외주용역비 대부분이 배민 배달원에서 지급한 배달비”라고 설명했습니다. 5700억원 정도가 지난해 우아한형제들이 배달원에게 지급한 배달비용인 셈입니다. 작년 우아한형제들 전체 매출의 28%에 달합니다.
우아한형제들의 배달비 증가 폭이 매출보다 큰 것은 지난해 시작한 '배민1' 서비스 때문입니다. 배민1은 일명 '단건배달' 서비스로 기존 배달보다 배달 속도가 빠릅니다. 기존에는 배달원 한 명이 한 번에 여러 배달 주문을 처리했습니다. 반면 배민1은 배달원이 한 번에 하나의 주문만 처리하기 때문에 신속한 배달이 가능합니다. 배민1 서비스는 최근 음식 배달 비용을 높인 주범으로 꼽히기도 합니다. 기존 배달 방식보다 배달비 가격이 높아지기 쉽기 때문입니다. 우아한형제들은 배민1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자회사인 우아한청년들을 통해 배달원과 직접 계약하고 일감을 맡기기 시작했습니다. 이 때문에 지난해 외주용역비가 급증했습니다.
우아한형제들이 배민1을 지난해 6월에 급히 내놓은 것 경쟁 서비스인 쿠팡이츠를 견제하기 위해서입니다. 쿠팡이츠는 온라인 상거래 업체 쿠팡이 지난 2019년에 내놓은 배민과 비슷한 서비스입니다. 후발주자인 쿠팡이츠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단건배달을 앞세워 배달 시장을 공략했습니다. 배달비용이 늘어도 배달 음식을 빨리 받고 싶은 소비자가 충분히 있다는 판단에서입니다.
쿠팡이츠의 전략은 적중했습니다. 쿠팡이츠는 출시 3년 만에 업계 1위인 배민의 위협하는 수준까지 성장했습니다. 모바일 플랫폼 분석 서비스인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올 1월 기준 쿠팡의 시장 점유율은 11%로 3위로 집계됐습니다. 2년 전 쿠팡이츠는 업계 4위 수준으로 시장 점유율이 5%를 밑돌았습니다. 배민의 시장 점유율은 69%로 가장 높았습니다. 2위는 요기요(20%)입니다.
현재 배달앱 시장을 보면 과거 공정위의 결정에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공정위는 지난 2020년 요기요를 소유한 독일의 딜리버리히어로의 배민 인수 건에 대해 조건부로 기업결합을 승인했습니다. 요기요를 매각하는 것이 조건이었습니다. 공정위는 두 서비스의 결합이 해당 시장에서 자유로운 경쟁을 제한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당시 공정위의 주요 판단 근거는 경쟁 서비스의 성장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었습니다. 공정위는 “과거 5년간 5% 이상의 점유율을 확보한 경쟁 앱이 없었고 쿠팡이츠가 최근 일부 지역에서 성장하고는 있지만 전국적으로 당사(배민+요기요) 회사에게 충분한 경쟁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공정위는 쿠팡이츠의 단건배달 서비스 성공 가능성도 낮게 봤습니다. 공정위는 “쿠팡이츠의 ‘1주문 1배달’모델은 일반 자체 모델보다도 훨씬 높은 비용이 요구되는 서비스”라며 “배달앱 등장 이전에도 중식, 피자, 치킨 등을 중심으로 음식 배달문화가 발달되어 있어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MP(주문 중개·한 번에 여러개 배달하는 방식) 모델의 경쟁력이 높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어 “당사(배민) 회사가 이미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도권과 광역시 외에 상대적으로 주문 밀도가 높지 않은 지역까지 쿠팡이츠가 당사(배민) 회사에게 충분한 경쟁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을 정도로 안정적으로 서비스(단건배달)를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근거가 충분하지 않았다”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공정위의 예상과 달리 비용을 더 지불하고 배달 음식을 빨리 받고 싶어하는 소비자는 늘었습니다. 이 점을 파고든 쿠팡이츠는 시장 점유율 10% 넘겼습니다.
김주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