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전문대학원(MBA)이 과연 실제 업무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 자칫 시간과 비용만 쓰게 되는 건 아닐까.’ MBA 진학을 두고 많은 사람이 이런 고민을 한다. 한 기업의 대표로서, 또는 직장인으로서 역량을 강화하고 싶은 생각은 크지만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을 생각하면 학위과정을 밟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MBA 졸업장만으로 커리어가 보장되는 시대도 아니다. 한국경제신문은 MBA의 어떤 부분이 직장인과 기업 대표에게 도움이 됐는지 ‘MBA 선배’ 5명의 생각을 서면 인터뷰로 들어봤다. 이들은 “실무 능력을 향상하는 데 이만한 게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결코 쉬운 과정은 아니지만 뚜렷한 목표를 세우면 체계적인 조직관리부터 사업확장까지 ‘술술’ 풀렸다는 게 선배들의 설명이다.
▷MBA를 선택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지현석(성균관대 SKK GSB MBA 졸업)=LG에너지솔루션 자동차전지사업부에서 수익성을 개선하는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다방면에서 비즈니스를 이해할 수 있는 사고력을 키우기 위해 MBA를 선택했습니다. 저는 학부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했지만, 회사에서 구매 담당자로서 협력회사의 영업, 개발, 기획, 원가, 품질 담당자들과 협력했습니다. 이때 자동차 전지를 기술적으로 이해하는 것뿐만 아니라, 경영학 측면의 이해도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특히 수익성 개선 과제를 진행하면서는 다양한 관점에서 사업을 바라보는 지식, 안목이 필요함을 더 절실히 느껴 MBA 과정에 관심이 생겼습니다.
다양한 산업과 직군에서 근무하는 MBA 동문들을 만나 직장생활을 풍요롭게 만들 수 있다는 점도 매력입니다. 진취적이고 열정적인 동기들의 모습을 보며 자극을 받게 되더라고요.
다양한 MBA 과정 중에서도 성균관대 SKK GSB MBA는 100% 영어수업으로 운영되고 최신 경영이론과 실무 중심의 커리큘럼이 뛰어나 매력을 느꼈습니다.
▷김경태(알토대 EMBA 졸업)=오라클과 마이크로소프트를 거쳐 구글 코리아에서 클라우드 부문 제조산업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플랫폼 기업의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한 디지털 전환 전략과 성공 모델에 대해 산업 현장에서 다양한 경험을 했는데, 이 경험을 경영학 이론에 접목 시키고 싶어 MBA 과정을 택했습니다. 알토대 EMBA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정규 MBA 졸업생을 배출했고, 2주 간의 헬싱키 프로그램을 통해 핀란드 알토대를 방문해 공부할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이었습니다.
▷구다환(건국대 MBA 졸업)=LS ITC에서 컨설턴트로 일하며 LS그룹 기업들에 IT 서비스를 제공, 관리하고 있습니다. 제 커리어에서 디지털 전환에 관한 지식과 경험이 반드시 필요한 참이었는데, 건국대 MBA에서 국내 최초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MBA 과정을 신설한다는 소식에 MBA 과정을 밟기로 결정했죠. 뛰어난 학교 접근성과 장학혜택은 물론이고, 실무와 토론 중심의 참여형 교육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김동욱(고려대 MBA 졸업)=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변호사로 일하며 조세소송, 세무조사 대리와 자문 등을 맡고 있습니다. 직장에서 1년 연수 기회가 주어졌는데, 코로나19로 해외가 아닌 국내에서 연수를 받기로 했습니다. 고려대 MBA는 모든 강의가 100% 영어로 이뤄져 해외 연수 못지 않게 영어 실력을 향상 시킬 수 있고, 1년의 집중적인 교육과정으로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습니다.
▷이성희(한양대 MBA 재학)=치과위생사의 임상가를 거쳐 지금은 직접 경영자가 됐습니다. 국내에 의료경영 과정은 많지만, 한양대 MBA 의료경영트랙은 집중적으로 의료과정을 교육받을 수 있고 경영자로서 필요한 다양한 과목도 함께 수강할 수 있다는 점에 끌렸습니다.
▷MBA에서 배운 내용들이 실제로 업무에 도움이 되던가요.
▷지현석=‘제품 서비스 디자인’ 과목에서는 학생들이 기업 한 곳을 선택해 제품의 수명 주기와 로드맵을 그려보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제안하는 과제를 진행하는데요. 다양한 제품을 구축한 퍼스널 모빌리티 기업을 골라 초기 모델부터 성공작, 실패작을 찾아 분석했습니다. 그 후 현지화 전략, 정기 구독 모델 등 향후 추진할 비즈니스 전략들을 제안했습니다.
‘비즈니스 프로덕트 워크샵’ 과목에서는 실제 테크 스타트업 관리자와 정기적으로 미팅을 가지며 제품의 전략과 중장기 운영 방안을 논의하고, 개선안을 도출해봤습니다. 실제 회사의 CEO 및 CTO들과 직접 비즈니스 모델을 분석하고 토론하며 차별화 전략을 세워보는 경험은 비즈니스 안목을 확장하는데 큰 도움이었죠. 이런 수업들은 현직에서 요구되는 전략적인 의사 결정과 혁신적인 성과 도출 과정에 많은 힘이 됐습니다.
▷김경태=재무·회계수업을 통해 기업 가치 평가를 이해하게 된 게 최근 업무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경영 비전공자임에도 MBA 과정으로 재무제표를 이해하고 분석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지게 됐는데요. 최근 투자와 관련해 구글 본사와의 업무를 진행하고 있어서 재무 리포트를 다룰 일이 많은데, MBA 과정에서 공부한 내용이 직접적으로 도움이 됐습니다. MBA 전통적인 경영 이론에 더해 최근 디지털 경영 환경에 맞게 인공지능과 디지털 전환 등 최신 경향과 사례를 공부한 것도 도움이 됐습니다. 무엇보다도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인 MBA 동기들과 소통하고 그룹 과제를 진행했던 경험은 큰 자산이 됐습니다.
▷구다환=새로운 업무에 직면할 때마다 MBA에서 배운 내용들이 빛을 발했습니다. MBA 과정중에 기업경영사례분석 대회에 여러 번 참석해 수상한 적이 있는데요. 이런 대회 참여 경험으로 동료와의 의사소통, 자료조사, 다양한 분석 도구를 활용한 환경분석, 문서 작성, 발표 등 다양한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었습니다.
▷힘들었던 부분은 없었나요.
▷김동욱=고려대학교 MBA 과정은 1년간 6개의 모듈을 진행하는 압축적인 과정이다보니 학업 부담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특히 모듈 1, 2과정은 각각 두 달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5개의 전공필수 과목을 이수해야 하는데, 매일 이어지는 강의, 팀 프로젝트를 포함한 많은 양의 과제, 중간 및 기말시험을 준비하기가 생각보다 힘들었습니다.
▷김경태=2020년에 입학과 동시에 코로나 사태가 터져 처음에는 비대면 온라인 수업 환경에 적응하기가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시스템에 익숙해지자 이동 시간을 줄일 수 있으니 오히려 시간을 아낄 수도 있었습니다.
핀란드에 계신 알토대 본교 교수님들이 방역으로 인해 한국 입국이 어려웠던 점은 아쉬웠습니다. 그래도 온라인 실시간 원격수업을 통해 다양한 그룹 과제를 수행하고, 유럽 스타트업의 강국인 핀란드에서 지속가능한 비즈니스와 서비스 혁신 모델을 만드는 사례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MBA 진학 희망자에 해줄 조언이 있다면.
▷이성희=시간과 기회비용이 결코 만만치 않은 것은 사실이고, 충분히 고민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MBA에 진학한 후 얻어가는 것들은 진학에 대해 고민하고 망설여왔던 부분들을 잊어버리게 할 만큼 가치가 크더라고요. 진학 후 한층 더 성장해 있을 나의 미래를 그려보며 고민은 뒤로하고 반드시 도전하시고 이뤄내시길 바랍니다.
▷지현석=지금처럼 급변하는 세상에서는 나만의 차별점과 비즈니스 해결력으로 문제를 풀어나가는 능력이 중요합니다. MBA 수업은 단순히 경영·경제 지식을 배우는 곳이 아니라 자신을 돌아 봄으로써 커리어와 인생의 방향성을 재정립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김동욱=뚜렷한 목표를 설정하고 MBA 과정을 시작해야 합니다. 그래야 본인이 원하는 성과를 이룰수 있을 것입니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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