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티앤씨·티케이케미칼·영원무역·호전실업…. 지난해 실적이 크게 개선돼 증시에서 투자자의 이목을 끈 의류 소재 및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기업들이다.
이들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캐나다 레깅스 브랜드 ‘룰루레몬’(사진)에 소재를 공급하거나, OEM하는 곳이라는 점이다. 룰루레몬이 ‘레깅스의 샤넬’이라는 명성을 얻으며 급성장하는 데 따른 후광효과를 이들도 톡톡히 누리고 있다.
1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룰루레몬은 지난해 세계 매장을 전년 말(574곳)보다 9.2%(53곳) 늘렸다. 작년 4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3% 불어났다. 룰루레몬은 지난달 발표된 이 같은 실적의 영향으로 나스닥에서 3월 이후 15.4% 오르기도 했다.
룰루레몬의 성장세에는 중국 한국 등 동아시아 지역에서의 인기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게 유통업계의 시각이다. 지난해 룰루레몬의 세계 신규 출점 매장 중 67.9%는 중국(31곳), 한국(5곳)에 집중됐다.
레깅스 원재료인 스판덱스를 생산하는 효성티앤씨와 티케이케미칼의 매출이 지난해 각각 66%, 61% 불어난 데에는 ‘룰루레몬 효과’가 일부 작용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중국을 중심으로 스판덱스 수요가 많이 늘어나면서 효성티앤씨의 공장 가동률은 2020년 81.8%에서 지난해 100%로 상승했다. 효성티앤씨는 매년 10% 증가하는 스판덱스 수요를 맞추기 위해 브라질, 터키 등에 설비 투자를 늘리고 있다.
완제품을 생산해 납품하는 OEM 업체들도 화색이다. 룰루레몬은 지역별로 40여 곳의 납품업체를 두고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에서 레깅스 수요가 늘어나자 국내 OEM 기업의 수익성도 높아지는 추세다.
국내 의류 OEM 업체 중 룰루레몬에 납품하는 기업에는 영원무역과 호전실업 등이 있다. 영원무역은 룰루레몬, 파타고니아, 노스페이스 등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호전실업은 2019년 룰루레몬과 납품 계약을 맺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