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유화는 최근 7년째 '억대 연봉'을 유지하는 숨겨진 '신의 직장'이다. 하지만 1994년 부도 위기와 1997~2007년 경영권 분쟁을 겪으면서 존폐기로에 서기도 했다. 석유화학 제품 생산 '한 우물'을 파고 적절한 시점에 설비투자를 이어간 끝에 알짜 회사이자 신의 직장으로 거듭났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한유화는 지난해 직원 평균 연봉은 1억1200만원으로 집계됐다. 매출액 100대 비금융업 상장사 기준으로 평균 연봉이 1억원을 넘는 기업은 총 24곳에 불과했다. 이 회사는 2015년(연봉 1억700만원)부터 지난해까지 7년 연속으로 평균 연봉이 1억원을 웃돌았다. 7년 연속 평균 연봉이 '1억 클럽'에 이름을 올린 비금융 상장사는 삼성전자와 SK텔레콤에 불과했다.
대한유화는 1970년 6월 출범한 석유화학업체로 52년 동안 울산 온산공장에서 나프타 분해설비(NCC)를 운영 중이다. 나프타를 열분해해 에틸렌, 폴리프로필렌(PP) 등 플라스틱과 합성섬유 등의 기초 원료를 생산 중이다. 한눈을 팔지 않고 에틸렌 등 한 우물만 팠다.
하지만 1990년대 존폐 위기를 맞기도 했다. 당시 설비투자를 위해 무리하게 차입금을 조달한 것이 위기의 도화선이 됐다. 이 시기에 화학제품 가격이 급락하면서 현금창출력이 악화되자 1994년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1997년 대한유화 지분을 10%가량 쥐고 있던 동부그룹 등이 경영권 장악을 노리면서 회사가 분란을 맞기도 했다. 하지만 이순규 대한유화 회장을 비롯한 오너일가는 2007년 사모펀드인 H&Q를 우호 주주(백기사)로 맞아 경영권 분쟁을 사실상 종식했다.
1970년 출범한 이후 석유화학업에만 전념하면서 업황 경기 사이클에 대한 분석 역량을 쌓으면서 적기에 설비투자를 이어가면서 실적을 불려왔다. 2012년(2100억원), 2015년(4950억원), 2016년(1066억원), 2019년(3000억원) 2021년(1405억원) 등 1조2521억원을 투자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영업이익으로 전년 대비 5.44% 불어난 1794억원을 거뒀다. 2013년부터 작년까지 9년 연속 영업흑자를 이어갔다.
안정적 흑자 기반을 닦은 데다 직원들의 근속연수도 높다. 대한유화의 작년 평균 근속연수는 18년으로 롯데케미칼·금호석유화학(14년), LG화학(12년) 등 동종업계를 넘어선다. 영업이익이 이어지는 데다 근속연수도 긴 만큼 제조업계 최고 수준의 급여를 받는 등 신의 직장으로 자리 매김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한유화는 한화그룹과 대림그룹의 석유화학 합작사인 여천NCC와 함께 석유화학업계 신의 직장으로 꼽힌다"며 "공장에서 장기간 근무한 근로자들이 많고 그만큼 연봉 수준도 높다"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