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방탄소년단(BTS)을 꿈꾸는 전 세계의 아이돌 지망생들이 미국 라스베이거스로 몰려들었다. 이들은 "K팝은 미국 내에서도 인기가 많다. K팝을 정말 좋아한다"라며 오디션에 임하는 남다른 각오를 전했다.
하이브는 8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 베이 호텔 사우스 컨벤션 센터에서 빅히트 뮤직, 빌리프랩, 쏘스뮤직,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 KOZ엔터테인먼트, 하이브 레이블즈 재팬, 하이브 아메리카 등 7개 레이블이 함께하는 합동 글로벌 오디션을 개최했다.
이는 하이브 산하 레이블이 함께 여는 최초이자 최대 규모의 오디션으로, 이날을 시작으로 9일과 15~16일까지 방탄소년단의 라스베이거스 콘서트 날짜에 맞춰 진행한다.
현장에는 다양한 국적의 소년, 소녀들이 모여 오디션을 준비하고 있었다. 대기 공간 한편에서 스트레칭을 하며 몸을 푸는 참가자부터 귀에 이어폰을 꽂고 보컬 연습에 집중한 이들까지 설렘과 긴장이 공존했다.
긴 머리카락을 파란색으로 물들인 한 참가자가 눈에 띄었다. 미국 인디애나주에서 온 17세 소녀 찰리는 "할머니가 BTS의 팬"이라면서 "할머니가 BTS의 노래를 들려줬는데 너무 좋더라. 그래서 더 많은 노래를 들었고, 직접 K팝 가수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컬 파트를 지원했는데 조금 긴장된다"고 말했다. 그는 롤모델이 있는지 묻자 BTS를 꼽으며 "멤버 모두를 좋아한다"고 답했다.
한껏 들뜬 표정으로 가족과 함께 대기 중이던 소녀도 눈에 들어왔다. 자신을 텍사스에서 온 레베카(Rebecca)라 밝힌 그는 인터뷰 요청에 바로 "한국어 조금 할 줄 알아요"라며 환하게 웃었다. 레베카는 "BTS를 좋아한다. 공연하는 게 꿈이라 지원했다. 하이브는 너무 유명한 곳이라 많은 기회가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미국의 기획사에는 지원한 적이 있지만, 한국은 처음이라는 그는 "K팝에 관심이 많다. K팝은 미국에서 매우 유명하다. 한국의 아이돌 육성 시스템이 힘들다고 하지만 전혀 걱정되지 않는다. 난 늘 내 편이고, 날 믿는다"며 해맑게 웃었다.
한국에서 태어나 4세 때 미국으로 이민을 왔다는 17세 박지애는 "노래하는 게 재밌고 경험해 보고 싶어 지원했다"고 밝혔다. 그는 "2년 전부터 K팝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면서 데뷔 후 만나고 싶은 가수로는 그룹 악뮤(AKMU)의 이수현을 꼽았다. 이어 자신이 생각하는 K팝의 매력은 "무대에서 멋있게 춤추고 노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보컬 부문을 지원했다면서 체리필터의 '오리날다'를 준비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댄스 부문에 도전한 지원자도 만나봤다. 15세 미국인 오드리 라캅(Audrey Lacap)은 방탄소년단 멤버 지민을 좋아한다면서 "K팝의 퍼포먼스, 노래 모든 걸 좋아한다. 이번 오디션에서는 프리스타일 댄싱을 선보일 것"이라고 전했다.
인터뷰를 진행한 대부분의 참가자들 입에서는 "BTS"라는 말이 나왔다. 방탄소년단의 글로벌 인기가 참가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 이날 오디션에는 방탄소년단의 안무가로 유명한 손성득 퍼포먼스 디렉터도 참석했다. 하이브 관계자는 "손성득 안무가가 현장도 보고, 실제로 오디션 평가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이브 산하 7개 레이블 합동 오디션은 지난 3월 20일부터 4월 4일까지 온라인을 통해 지원을 받았다. 만 11~19세 사이로 나이만 한정했을 뿐 성별, 인종, 국가 등 어떠한 자격 제한도 두지 않았다. 모집 분야는 보컬, 랩, 댄스 등 총 3개 부문이다.
하이브 관계자는 "전 레이블의 캐스팅 담당자들이 오디션 참가자들의 동영상, 프로필 사진 등을 리뷰하고, 거기서 개별 연락을 했다"면서 "참가자가 자유롭게 끼를 발산하면 여러 레이블에서 지명할 수도 있다. 그럼 참가자가 레이블을 선택하게 된다"면서 7개 레이블 합동 오디션만이 갖는 장점을 강조했다.
라스베이거스=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