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검찰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검수완박)하는 내용의 형사법 개정을 강행하려 하자 대검찰청이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내놓았다. 김오수 검찰총장도 “매우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불편함을 드러냈다. 새 정부 출범 전부터 검찰 수사권을 두고 신구 권력 간 갈등이 증폭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대검은 8일 입장문을 내고 “개정 형사법 시행 후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여러 문제점이 확인돼 이를 해소하고 안착시키는 것이 시급하다”며 “정치권에서 검찰 수사 기능을 전면 폐지하는 법안을 추진하는 데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검사가 직접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극심한 혼란을 가져올 뿐만 아니라 국민 불편을 가중시키고 국가의 중대범죄 대응 역량도 약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검은 이날 김 총장 주재로 고검장 회의도 열어 검수완박에 대한 의견을 모으고 대응 방안 등을 논의했다.
김 총장 또한 검찰의 수사권 박탈에 대한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이날 대검 대변인실을 통해 “검찰 구성원들의 문제 인식과 간절한 마음을 깊이 공감하고 있고 현 상황을 매우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했다. 현직 검사들도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날 오후 소집된 전국 고검장회의에서 고검장들은 “대검 입장에 깊이 공감하며 검찰총장을 중심으로 현 상황에 적극적으로 대처해 나가기로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전국 일선 검사들의 반발이 확산하는 가운데 대검은 오는 11일 전국 지방검찰청 검사장회의를 열고 관련 대책을 추가로 논의하기로 했다.
권상대 대검 정책기획과장은 이날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글을 올려 “이 법안의 심의 절차가 과연 헌법과 국회법이 용인하는 것인지, 우리 가족을 범죄로부터 안전하게 지키는 데 도움이 되는지, 상식과 양심이 존중받는 사회에 가까이 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인지 묻는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른바 ‘검수완박’ 현실화를 위해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특히 지난 7일 국회는 민주당 출신 양향자 무소속 의원을 법제사법위원회로, 법사위 소속이던 박성준 민주당 의원을 기획재정위원회로 맞바꿨다.
법사위 통과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이런 조치에 대해 국민의힘은 “검수완박 강행을 위한 꼼수”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번 ‘맞바꾸기’로 인해 법사위 안건조정위원회를 구성하는 범민주당과 국민의힘 의원 비율이 3 대 3에서 4 대 2로 바뀌어서다. 정치권과 법조계에선 현재 법사위에 계류된 검찰 수사권 폐지와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등 검수완박 관련 법안이 민주당의 뜻대로 본회의에 상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왔다.
이에 대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측은 “상황을 엄중하게 지켜보면서 입장을 정리하겠다”며 신중한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검수완박에 반대해온 점을 고려하면 민주당 측과 대립각을 세울 가능성이 높다.
윤 당선인은 검찰총장 시절 검수완박에 강하게 반발한 뒤 작년 3월 사의를 표명하고 검찰을 떠났다.
정치권도 충돌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허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 논평에서 “검언유착 관련 허위사실로 여론몰이를 한 데 이어 검수완박 의지까지 다지고 있으니 참으로 후안무치하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그러나 검찰과 인수위, 국민의힘 측의 거센 반대에도 검찰개혁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오는 12일 정책 의원총회를 열어 검찰 수사권 박탈 관련 법안을 새 정부 출범 전에 국회에서 강행 처리할지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이수진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열고 “이익집단처럼 집단행동 움직임을 보이는 검찰의 행태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진성/양길성/전범진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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