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본주택(모델하우스) 시장에 온기가 돌 조짐이다. 정부가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유행 이후 일상회복 계획을 논의하면서다. 건설사들은 그간 비(非)대면·사전 예약을 중심으로 운영돼 위축된 견본주택 방문 열기가 되살아나길 내심 기대하는 모습이다.
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다음달 이후로 예정된 분양 단지를 갖고 있는 건설사들은 견본주택 운영·홍보 방안을 전면 재검토하고 있다. 정부가 오는 18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전면 해제를 검토하겠다고 발표한 영향이다.
건설사들은 실내 마스크 착용을 제외한 대다수 제한 조치가 사라지면 코로나19 시기에 수립한 견본주택 운영·홍보 방식 역시 달라져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미 정부는 코로나19의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선언 국가까지 준비하고 있다. 실제 국토교통부는 지난 6일 국제선 일상회복 계획을 설명하면서 엔데믹 시점을 내부적으로 10월로 본다고 했다.
견본주택의 시작은 1970년 서울 동부이촌동에 들어선 한강맨션아파트다. 당시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전신인 대한주택공사가 열악한 주거 시설로 여겨진 아파트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 위해 견본주택을 활용했다. 제작 수준이 높아지면 최근엔 견본주택이 건설사들의 주택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한 마케팅 수단으로도 활용됐다.
코로나19 확산 전까지 견본주택 방문자 수는 청약 성적을 가르는 바로미터로 여겨졌다. 건설사들은 견본주택 주말 방문자 수를 집계해 대대적으로 홍보하기도 했다. 비슷한 시기에 분양하는 건설사끼리 견본주택 방문자 수를 두고 눈치 경쟁을 벌였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 이후 견본주택 시장은 사실상 휴지기였다. 견본주택을 제작하긴 하지만 주로 가상현실(VR) 영상을 게시하거나 내부를 촬영해 설명하는 이른바 '라이브 방송'이 대세로 바뀌었다. 지방자치단체들이 방문자 수를 제한하면서 사전 예약제로 운영하거나 사이버 견본주택을 주력으로 한 건설사들이 많았다.
부동산 전문 리서치 기업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당장 사회적 거리두기 전면 해제의 첫 수혜는 오는 5월 분양 예정인 현대건설의 인천 불로동 힐스테이트블로포레스트가 입을 전망이다. 대단지 중에선 올 3분기 분양이 예정된 GS건설·SK에코플랜트(경기 내손동 내손다구역 재개발), 현대엔지니어링·DL이앤씨(서울 문정동 힐스테이트e편한세상문정)와 SK에코플랜트·롯데건설(서울 중화동 중화1주택재개발) 등이 관심을 받을 전망이다.
건설사 관계자는 "견본주택 흥행이 높은 청약 경쟁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새 정부가 재건축·재건축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기대에 이미 아파트 매수 심리는 살아나고 있어 방문자 수 제한 등이 풀리면 경품 이벤트처럼 다양한 마케팅을 활용해 '구름 인파' 등 옛 견본주택 흥행 열기를 노려볼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