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추진 중인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개편은 조합원 부담을 낮춰 멈춰선 재건축 사업을 활성화하고, 이를 통해 인기 지역의 주택 공급을 확대하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재건축 규제를 풀지 않고는 신규 부지가 거의 없는 서울 등에 아파트를 대거 공급할 방안이 마땅하지 않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2018년 재초환이 시행된 뒤 조합원 1인당 수억원대 부담금이 예고돼 상당수 조합은 사업을 일시 중단한 상태다. 다만 재초환 개편은 법률 개정 사항이어서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의 협조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멈춰선 재건축 사업 속도 낼까
재초환은 재건축 사업으로 얻는 이익의 일부를 세금으로 환수하는 제도다. 추진위원회 설립일부터 준공일까지 오른 집값(공시가격 기준)에서 개발비용과 평균 집값 상승분을 뺀 초과이익이 조합원 1인당 3000만원을 넘기면 10~50%를 세금으로 걷는다. 초과이익이 1억1000만원을 넘을 땐 최고 부과율인 50%를 부담해야 한다.재초환은 2005년 노무현 정부에서 도입하려다 무산된 뒤 2018년 문재인 정부에서 다시 추진됐다. 미실현 이득 과세, 이중과세 등의 이유로 재산권 침해 논란이 불거져 여러 차례 위헌 소송에 휘말렸다. 그러다 2019년 12월 헌법재판소가 합헌 결정을 내리면서 각 조합에 예상 부담금이 통보됐다.
지금까지 재건축 부담금 예정액이 통보된 조합은 전국 3만3800가구(63개 단지)다. 2018년 1월 국토교통부는 시뮬레이션을 통해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의 부담금을 조합원당 평균 4억4000만원으로 예상했다. 부담금이 8억4000만원으로 예상된 조합도 있었다.
부담금 규모가 크다 보니 상당수 재건축 조합은 사업을 중단한 상태다. 이 때문에 서울 내 신규 주택 공급이 위축됐다는 게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인수위의 인식이다. 인수위가 재초환 개편뿐 아니라 정밀안전진단 완화 등과 같은 재건축 규제 완화에 논의를 집중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법률 개정 필수…민주당 동의 관건
인수위는 50%인 부과율 상한선을 25%로 낮추는 안을 집중 검토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1인당 초과이익이 1억1000만원을 넘는 재건축 사업장에서는 조합원 부담금이 절반으로 줄어든다. 인수위는 이외에 3000만원인 부담금 면제 기준액을 높이는 안과 1주택 장기보유자의 부담금을 감면해주는 방안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강남의 한 재건축 조합장은 “강남의 중층 아파트 기준으로 가구당 부담금이 4억~5억원 수준이어서 이주를 마친 조합이 아닌 대부분은 사업을 일시 중단했다”며 “부과율 상한을 대폭 낮춘다면 사업에 속도를 내는 조합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재초환 개편은 시행령이 아니라 법 개정이 필요해 민주당 동의가 필수적이다. 최근 강남권을 중심으로 서울 집값이 다시 상승 기미를 보이는 만큼 인수위가 재초환 개편과 관련해 속도 조절을 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부동산 시장이 불안정해지면 지지율에도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인수위가 시장 상황을 봐가며 제도를 내놓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인수위는 이날 정부 출범 후 ‘부동산 세제 정상화’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꾸리기로 했다. 김기흥 인수위 부대변인은 서울 통의동 인수위 기자실에서 “당선인은 부동산 세제를 부동산 시장의 관리 목적이 아닌, 조세 원리에 맞게 개편하겠다는 일관된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부동산 세제 개편을 위한 TF까지 구성하기로 한 것은 문재인 정부의 급격한 부동산 세금 인상이 시장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판단 때문이다. 인수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공식 통계인 ‘국내총생산(GDP) 대비 보유세 비중’과 ‘GDP 대비 자산세 비중’ 등을 기초로 부동산 세금체계를 재편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