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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진의 논점과 관점] 文대통령 '지지율 50%'의 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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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대통령들은 임기 말 또는 정권 재창출 실패 때 지지율이 바닥이었다. 김영삼 대통령은 6%까지 떨어졌고, 김대중 대통령도 재임 마지막 해 24%로 바닥을 찍었다.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도 마찬가지였다. 유일한 예외가 문재인 대통령이다. 임기 한 달을 남겨놓고도 지지율이 50%에 육박한다. 집값과 세금 폭등, 일자리난, 코로나 대응 실패, 재정 파탄, 탈원전 재앙 등 온갖 악재가 쌓이고 쌓여 5년 만에 정권을 내주고, 자신이 임명한 검찰총장 출신이 야당 대선 후보로 변신해 ‘ABM’(Anything But Moon·문재인만 아니면 된다) 구호로 당선됐는데도 말이다.
갈라치기로 끝까지 높은 지지율
정치 전문가들조차 미스터리라고 하지만, 짐작 가는 바가 없지 않다. 문 대통령은 한 번도 국민들에게 불편한 얼굴을 보여준 적이 없다. 태극기 부대와 촛불 시위대로 나라가 반쪽이 났을 때도, 우리 공무원이 북한군 총에 맞아 사망했을 때도, 북한이 미사일을 연거푸 쐈을 때도, 온 나라가 일자리난과 코로나 확산으로 신음할 때도 그랬다. 나설 곳, 나서지 말아야 할 곳을 정확히 구분했다. ‘노(No)’라는 단어를 모르는, 통계와 숫자 분식에 능한 충신들을 항상 곁에 두고 태평성대 치세를 자찬했다. 그래도 여론이 심상찮을 때는 “적폐 세력과 일제 잔당들에게 나라를 넘기자는 말이냐”며 반격하는 지지자들을 앞세우고, 뒤에서 그들을 “우리 정치의 조미료”라고 챙겼다.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에 나오는 독재자 나폴레옹조차 울고 갈 신묘한 통치술 덕분에 미증유의 지지율이 가능한 것 아닐까.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게 있다. 2년 전 새우잡이 어선 선장 한 명이 아프리카에서 피랍됐다가 37일 만에 풀려났을 때였다. 문 대통령은 직접 이 소식을 전하며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게 정부의 첫 번째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그해 광복절 축사에서는 “대한민국은 단 한 사람의 국민도 포기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였다. 한 달 후 서해상에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 씨가 북한군 총에 목숨을 잃었는데도 대통령은 안면을 싹 바꿨다. 고인의 고등학생 아들이 아버지 죽음의 원인을 알아봐달라고 호소하자 편지를 보내 ‘알아보겠다’고 약속했지만 561일째 장례식도 못 치르고 있는 가족들을 외면하고 있다.
퇴임사에 사과와 반성 담아야
그뿐인가. 상관의 성폭행과 군 조직의 2차 가해 및 조직적 은폐로 330일째 영안실에 누워 있는 이예람 중사의 가족들이 ‘엄정한 법 집행’을 요구하고 있어도, 민주노총 노조원들의 집단 괴롭힘에 극단적 선택을 한 택배 대리점주 가족들이 220일째 “이게 나라냐”며 울부짖어도, 마스크와 백신과 치료제 수급 실패를 영업시간 제한으로 메꾼 ‘정치 방역’에 지쳐 스무 명 넘는 동네 사장님들이 극단적 선택을 해도, 칼부림 현장에서 도망친 경찰들과 그런 사실을 숨기려고 피해 가족을 협박·공갈한 경찰들 때문에 한 가정이 풍비박산이 났어도 문 대통령은 철저히 함구하고 있다.

하긴, 이 정부 5년 동안 힘들었던 국민이 어디 이들뿐이랴. 집값 폭등으로 밀려난 전·월세 난민들과 탈원전으로 극한의 고난을 견뎌야 했던 관련 기업 임직원, 이른바 ‘소주성’ 때문에 고통받은 소상공인·자영업자, 이념 갈라치기에 넌더리가 난 소시민들도 문 대통령을 지지할 리 없다. 일부 입바른 정치인이 ‘퇴임 반성문’ 운운하지만 청와대는 그럴 생각이 추호도 없어 보인다. 미사여구로 가득 찼던 5년 전 취임사는 결국 빛바랜 허언으로 남고 말았다. 윤석열 차기 정부가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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