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중심지 여의도에서는 조 단위 부를 일군 투자자들의 이름은 전설처럼 전해진다. 비상장 투자 귀재 알려진 장덕수 DS자산운용 회장이 대표적 인물이다. 흙수저 출신인 그의 개인 자산은 5000억~1조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2000년대 후반 비상장 투자를 시작한 그는 아직도 현역 매니저로 활동하고 있다. 언론에 모습을 보이지 않아 ‘은둔의 투자가’로 불린다. 개인 자산의 상당 부분이 비상장 주식에 투자돼 있다. 그의 주식 포트폴리오를 살펴봤다.
◆25개 비상장주식 보유
장 회장이 이끄는 사모펀드 운용사 DS자산운용의 2021년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DS자산운용은 25개 비상장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사업보고서상 보유 종목은 DS자산운용의 고유자금으로 투자한 기업들이다.장 회장은 유망한 기업을 발견하면 펀드 자금은 물론 개인 재산과 회사 자금을 같이 투자한다. DS자산운용 관계자는 “고유자금으로 투자한 기업들은 회사가 선별한 종목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작년 12월 DS자산운용은 세 개 기업에 신규로 투자했다. 2차전지 전해질 제조업체 이피캠텍에 37억원, 유도만능줄기세포 개발 바이오 업체 큐리바이오에 23억원,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치료제를 만드는 지아이바이옴에 7억원을 투자했다. 이밖에 솔젠트(분자진단), 인터엠디컴퍼니(의사포털), 위즈도메인(특허가치분석), 그래핀스퀘어(그래핀 제조) 등 다수의 비상장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DS자산운용은 마켓컬리, 직방, 하이퍼커넥트 등 수많은 유니콘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을 발굴했다. 증권가에서는 장 회장이 투자한 기업이라면 믿고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 벤처기업들이 장 회장에게 기업설명회를 하는 것을 큰 기회로 여기는 이유다.
◆현역으로 활동하는 매니저
장 회장은 서울대 국제경제학과(85학번)를 졸업했다. 산업은행 자회사였던 산업증권에 입사해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미래에셋벤처투자, 미래에셋자산운용, 스틱투자자문(현 스틱벤처스)을 거치면서 비상장 벤처 투자에 눈을 떴다. 증권업계가 장 회장의 안목을 믿는 이유는 단순한 수익률 때문이 아니다. DS자산운용 회장으로 있지만 아직도 현역 매니저로 활발히 활동하며 감을 유지하고 있다. 언론에 나타나지 않지만 기업 설명회와 각종 세미나는 빠짐없이 참석한다.
장 회장은 최근 바이오와 플랫폼 기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작년 4월 20억원을 투자한 인터엠디컴퍼니는 의사 전용 정보 공유 커뮤니티를 운영한다. 재능 중개앱 애니맨 운용사인 에이에스엔과 소상공인 경영관리 업체 로움아이티에도 10억원씩 투자했다.
로움아이티가 운영하는 소상공인 경영관리 플랫폼 ‘세모장부’는 지난 2월 가입자 10만명을 돌파했다. 세모장부를 이용하면 매입·매출 데이터, 근태관리, 근로계약서 등을 하나의 앱으로 관리할 수 있다. 세무사를 연결해 세금신고도 도와준다.
◆2차전지·꿈의 신소재 주목
2차전지, 그래핀 등 소재 기업에도 투자한다. DS자산운용이 가장 큰 금액(36억원)을 투자한 이피캠텍은 지난달 전북 군산에 연간 200t 규모의 2차전지 전해질 제조공장을 착공했다. 꿈의 신소재로 불리는 그래핀을 생산하는 그래핀스퀘어에도 15억원을 투자했다.그래핀스퀘어는 2차전지 집전체 및 전극재에 그래핀을 적용해 충전용량과 속도를 높이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그래핀스퀘어는 화학기상증착법(CVD)을 이용해 그래핀을 대량 양산하는 유일한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다양한 분야의 바이오 기업에도 투자하고 있다. 23억원을 투자한 큐리바이오는 존스홉킨스 의과대학의 김덕호 교수가 창업한 회사다. 유도만능줄기세포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22억원을 투자한 라이트팜텍은 첨단 의약 분야인 광역동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