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2,520.36

  • 13.98
  • 0.55%
코스닥

693.15

  • 3.68
  • 0.53%
1/3

요즘 뜨는 게임·메타버스에 없어서는 안 될 직업(#이 직업엔 잉여인력이 없다) [강홍민의 굿잡]

페이스북 노출 0

핀(구독)!


글자 크기 설정

번역-

G언어 선택

  • 한국어
  • 영어
  • 일본어
  • 중국어(간체)
  • 중국어(번체)
  • 베트남어
하나의 게임이 기획 단계부터 출시에 이르기까지에는 시간과 돈, 수많은 전문가들의 노력이 담겨져야 가능하다. 전세계 약 2천만 명의 유저들, 동시 접속자 수 130만 명이라는 숫자로 MMORPG 게임 중 글로벌 1위를 기록한 ‘로스트아크(LOSTARK)’ 역시 그 중 하나다. 7년 간 1,000억 원이 투입된 이 게임에는 개발자를 비롯한 다양한 전문가들의 열정이 오롯이 녹아있다. 그 중 ‘3D 모델러’는 로스트아크 캐릭터에 생동감을 불어 넣어 현실 속 있을 법만 가상의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로스트아크 캐릭터를 3D 모델링한 강석민 스마일게이트 파트장(3D 모델러·37)역시 그 중심에 있다. 최근 게임뿐만 아니라 메타버스 플랫폼이 떠오르면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는 ‘3D 모델러’, 강석민 파트장을 통해 들어봤다.



몇 년 전부터 국내 게임사에서 제작한 게임들이 글로벌 시장에서도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게임을 하는 분들이야 잘 아시겠지만 안하는 분들도 많을 테니, 어느 정도로 인기입니까.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는 국내 게임은 아주 많습니다. 그 중 스마일게이트에서 7년 동안 1000억 원을 투자해 만든 ‘로스트아크’는 MMORPG 게임 중 글로벌 1위입니다. 전세계 2천만 명의 유저가 있고, 동시 접속자 수만 해도 130만 명이 넘으니까요.”

게임이 인기를 얻으면서 동시에 게임 캐릭터 팬덤이 생길 정도라고 들었어요.
“게임분야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데, 캐릭터와 동일시하는 유저들이 많아요. 팬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전광판 광고를 할 정도로 좋아해 주시고, 열정이 넘치죠. 웬만한 아이돌 팬덤 부럽지 않습니다.(웃음)”

그런 팬덤이 캐릭터를 좋아해서가 아닐까 생각 드는데요. 게임상에서 하나의 캐릭터가 만들어지기까지 여러 단계를 거치는데, 그 중 3D 모델러는 어떤 역할을 하나요.
“3D 모델러는 게임에서 유저가 최종적으로 보는 아웃풋을 만드는 일을 합니다. 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의 얼굴이나 헤어, 복장, 무기 등 게임에서 보여 지는 모든 부분을 3D 모델러가 제작하죠. 3D 모델러 중에서도 게임회사에서는 크게 캐릭터와 배경을 만드는 모델러로 나눠지는데 전 캐릭터를 맡고 있습니다.”




캐릭터와 배경 둘 다 3D 모델러이긴 하지만 아예 다른 특성을 지닌 것처럼 보이는데요. 두 분야를 병행할 수도 있는 건가요.
“제가 알기론 없습니다. 예를 들어, 게임회사에 지원할 때 본인이 그동안 만든 포트폴리오 안에 다 담겨져 있습니다. 그래서 회사에 지원할 때 캐릭터에 관한 포트폴리오를 제출했는데 배경을 만드는 모델러로 갈 순 없어요. 요즘엔 게임 유저들의 눈이 워낙 높아져서 세분화되고 전문적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하나의 캐릭터가 제작될 때 거쳐야할 단계가 있을 것 같은데요. 어떻게 나눠집니까.
“크게 기획-원화-3D 모델링-모션-이펙트(effect)-UI 디자인 작업으로 나눕니다. 우선 기획단계에서 어떤 스토리에, 어떤 캐릭터가 나오는지를 아주 디테일하게 문서로 작업합니다. 원화팀에선 그 내용을 바탕으로 그림을 그리죠. 스케치 수준이 아니라 아주 디테일하게 작업하면 그 그림을 바탕으로 저희가 3D 모델링 작업을 하게 됩니다. 3D 모델링이 마무리 되면 모션팀에서 캐릭터의 움직임을 만들고, 이펙트 팀에서 캐릭터의 효과를 입혀주죠. 그 다음 유저들이 편하고 재미있게 게임을 즐길 수 있게 UI 디자인으로 마무리하게 됩니다. 물론 디테일한 작업들이 더 있지만 크게 나누면 이정도입니다.”

구체적으로 3D 모델링 작업 과정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일반적으로 기획팀과 원화팀에서 디테일하게 만든 데이터를 받아 작업이 시작되는데요. 그 데이터가 아주 구체적이에요. 예를 들어, 녹슨 쇠인지, 겉면이 깨끗한 나무인지를 파악할 수 있을 정도로 디테일이 살아있죠. 그 디테일한 원화를 그대로 카피해 3D를 입혀주는 작업을 하게 됩니다. 이후엔 끊임없는 소통을 통해 캐릭터를 완성해 나가는 작업이 시작됩니다. 예를 들어, 어깨나 다리 부분에 디테일을 추가 또는 뺀다던지 의상, 아이템은 어떤 식으로 표현할 건지에 대한 작업이 소통을 통해 만들어지게 됩니다.”


퀄리티 높은 게임일수록 3D 모델링의 중요도 높아져···‘로스트아크’의 경우 개발기간만 7년, 투자비용 1,000억원



게임을 제작할 때 3D 모델링 작업은 얼마나 중요한가요.
“프로젝트마다 조금씩 다른데, 퀄리티가 높은 게임일수록 캐릭터 모델링의 중요도는 높아집니다. 콘솔게임에서의 캐릭터 퀄리티는 홍보·마케팅과 직결되기 때문에 더 중요하죠. 굳이 중요도를 구분한다면 콘솔-PC-모바일게임으로 나눌 수 있겠네요. 그렇지만 최근 출시되는 게임은 기본적으로 3D 모델링의 퀄리티가 높은 편입니다.”

화면의 크기에 따라 퀄리티가 달라진다고 이해하면 되겠군요. 3D 모델링 기술은 현재 어느 단계까지 왔는지도 궁금하네요.
“예전에 비해 기술력은 많이 발전했죠. 불과 5년 전과 비교했을 땐 그 전의 발전 속도보다 더 빠르게 느껴지기도 하고요. 스마일게이트가 제작한 ‘로스트아크’의 경우 개발기간만 7년이 걸렸어요. 그 기간 동안 기술이 바뀌는 변곡점도 거쳤던 것 같아요. 개개인으로만 봤을 땐 현재 출시된 게임에서의 수준보다 더 퀄리티 높은 3D 모델링을 구현할 수 있는 실력자들도 업계엔 많습니다.”

게임에서 3D 모델링의 시초는 아마 철권이 아닐까 싶은데요. 게임에서의 3D 모델링 변천사는 어떻게 흘러왔나요.
“맞습니다. 당시 작업방식이 그림 위에 색을 채워 넣어 표현하는 방식이었어요. 이후 그 위에 그림을 그리는 방식으로 변했고, 실제 조각으로 스카이핑을 해 조각을 직접 구현하는 기술로 넘어갔죠. 저도 첫 회사에서 코어온라인(MMORPG)이라는 게임을 개발했었는데, 당시 손맵이라 불리는 3D 모델링 위에 그림을 그리는 방식에서 풀 입체에 스컬핑해 출력하는 기술로 변하던 시기였어요. 새로운 방식을 익히기 위해 회사 다니면서 공부하기도 했죠. 최근에는 3D 스캐너가 나오면서 실제 사람을 스캔한 바디나 얼굴을 활용해 나오는 단계까지 왔습니다.”

3D 모델링을 구현하기 위해 주로 어떤 프로그램들을 쓰나요.
“일반적으로 3D MAX나 지브러시를 많이 사용합니다. 현재 실무에서 가장 많이 쓰이고 중요한 프로그램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맵핑 단계에서는 포토샵도 주로 쓰고 있고요.”

최근 제작되는 게임에서 하나의 캐릭터를 모델링하는 시간은 어느 정도 걸리나요.
“프로젝트마다 다르고 어떤 캐릭터냐에 따라 또 달라지지만 평균 한 달은 소요되는 것 같아요. 콘솔게임의 경우 3개월이 넘어가는 작업도 종종 있고요.”


3D 모델러는 유저들의 취향 파악하는 것도 중요···끊임없이 새로운 기술이 나와 스스로 공부하고 투자해야 하는 직업


게임 캐릭터에도 트렌드가 있다면, 요즘 유저들은 어떤 캐릭터를 선호하나요.
“게임마다 다르고, 성별·나이대마다 차이가 있지만 공통적으로 예쁜 캐릭터를 원하는 것 같아요. 현실에 존재할 것 같지만 존재하지 않는, 저희들 사이에선 ‘반실사’ 캐릭터라고 부르거든요. 그런 캐릭터들이 인기 있어요.(웃음)”



왜 사람들이 그런 캐릭터를 원할까요.
“아무래도 캐릭터에 자신을 투영해서 대리만족을 느끼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그래서 3D 모델러는 실력은 기본이고, 유저들의 취향 및 성향을 얼마만큼 잘 파악하고 있는지도 중요해요. 근데 실력을 갖추는 게 쉽지 않아요. 프로그램만 다룰 수 있다고 이 직업을 할 순 없거든요. 끊임없이 노력하지 않으면 사실 3D 모델러라는 직업을 할 수 없습니다.”

어떻게 보면 이 직업군은 ‘잉여인력’이 없다고도 볼 수 있겠네요.
“맞아요. 왜냐하면 기존의 기술과 더불어 새로운 기술들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 계속 공부를 해야 되는 직업이에요. 이 직업의 장점이기도 하지만 3D 모델러는 어떠한 결과물이 나와야만 일이 끝납니다. 그렇다고 대충하기에는 수많은 유저들이 보고 있기 때문에 쉽지 않죠.(웃음) 도태되지 않기 위해서는 스스로 노력해야하는 직업이죠.”

3D 모델링 실력을 갖추는 게 쉽지 않다고 하셨어요. 어느 정도인가요.
“3D 모델러를 준비하는 취업준비생 입장에서 보면 단순 툴을 배우는 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지만 인체 지식, 여러 스타일의 이해 등등 배우고 알아야 할 것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개인적으론 그런 과정이 최소 1년은 필요한 것 같아요. 저도 10년차이지만 인체 지식을 알기 위해 ‘아나토미 피규어’를 사서 공부하기도 하죠. 요즘엔 현업에 있으면서 학원을 등록해 배우는 분들도 있고요.”

3D 모델러가 되기 위해 갖춰야할 조건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가장 중요한 건 미적 감각이에요. 그림이나 조소 등의 미적 감각이 갖춰져야만 할 수 있는 분야이고, 미술 전공자라면 더욱 이 직업에 적합하다고볼 수 있겠죠. 그리고 포트폴리오도 필수입니다. 사실 3D 모델러를 채용하는 기업에서는 이력서나 자격증보다 포트폴리오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 직업을 선택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어릴 적부터 그림을 좋아했었어요. 미술대회나 포스터 그리기 대회는 거의 다 나가 상을 받은 것 같아요. 고등학교 때 입시미술을 준비하면서 산업디자인과에 진학했어요. 대학 때만 해도 나중에 뭘 해야겠다는 구체적인 생각은 없었는데, 평소 게임을 무척 좋아해서 자연스럽게 이 직업으로 목표가 맞춰졌던 것 같아요.”

미술에 일가견이 있어 이 직업을 선택하셨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3D 모델러를 하기 위해 노력한 부분도 있을 것 같아요.
“사실 군대에서 이 직업으로 꿈이 좁혀져 전역하자마자 학원을 다니면서 프로그램을 배우기 시작했고, 운 좋게도 취업에 성공했습니다. 당시엔 그림으로 3D를 채우는 방식에서 풀 입체로 변하는 시기였어요. 아무래도 전문가가 아니다 보니 부족한 부분이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3D 모델러로 일을 하면서 조소 전문 입시 학원에 등록해 주말마다 12시간씩 배우면서 감각을 익혔죠. 그러다 좀 더 전문적으로 배워야겠다는 생각에 조소과로 편입했어요.”

학원에, 편입까지 한 이유가 있나요.
“더 잘하고 싶어서였어요. 그땐 20대여서 일하면서 할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웃음) 아까 말씀드렸듯이, 이 업계에선 현재의 기술 수준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간 실력자들이 종종 있어요. 그분들처럼 저도 실력을 키워나가고 싶었어요.”


아이돌 부럽지 않을 게임 캐릭터 팬덤 존재···버스 래핑, 전광판 광고하기도
3D 모델러, 게임뿐 아니라 의료, 메타버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기



이 직업의 매력을 꼽는다면 뭐가 있을까요.
“캐릭터 하나를 완성해 나갈 때의 만족감이 아주 큽니다. 완성된 캐릭터를 유저들이 사용하면서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굉장히 뿌듯하거든요. 특히 게임이라는 장르 특성상 유저와 소통을 많이 합니다. 특히 3D 모델러는 피드백이 아주 구체적이고 많죠. 커뮤니티 상에서 ‘캐릭터의 장단점’부터 ‘어떻게 바뀌었으면 좋겠다’ 등등 내가 만든 작품에 대해 여러 의견이 오고갈 땐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아요. 때론 허를 찌르는 리뷰도 있지만요.(웃음)”

3D 모델러의 연봉은 어느 정도인가요.
“다른 분들의 연봉을 다 알지 못해 정확하진 않지만 게임사에선 평균인 것 같아요. 3D 모델러로 보면 아무래도 다른 분야보다 게임사가 조금 더 높지 않을까 싶고요.”

요즘 게임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3D 모델러의 채용공고를 종종 볼 수 있는데요. 게임분야에서 다른 분야로 옮길 수 있나요.
“영상분야나 메타버스 등 3D 모델링을 활용하는 분야는 어디든 갈 수 있죠. 다만 게임분야에 있는 3D 모델러의 경우 타 분야로 갈 이유가 없어요. 게임시장이 가장 크거든요. 시장규모의 차이도 엄청나고요.”



이 직업의 비전은 어떻게 보시나요.
“3D 모델링 기술은 게임뿐만 아니라 의료, 패션, 최근에는 메타버스 등 다양한 곳에서 활용되고 있습니다. 특히 게임시장은 앞으로 더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요. 이유는 게임을 즐기는 1020세대에서 점차 연령대가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죠. 유저층이 넓어지면 자연스레 시장 규모는 커질 수밖에 없으니까요.”

앞으로 계획 또는 목표가 있다면요.
“과거 저에게 조소를 가르치셨던 선생님께서 해주신 말인데요. ‘만드는 사람이 편하면 보는 사람이 불편하다. 만드는 내가 힘들어야 좋은 작품이 나온다’를 지키는 것입니다. 편해지려는 본능을 억누르고 보는 사람이 편한 작품을 오랜 시간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사진=이승재 기자]


- 염색되는 샴푸, 대나무수 화장품 뜬다

실시간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