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주는 ‘만년 저평가주’로 불린다. 정부의 대출 규제와 글로벌 금융회사 대비 낮은 배당성향 등이 주가를 억눌러왔다. 올 들어선 은행주에 대한 재평가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규제 완화와 주주환원 정책 강화에 힘입어 저평가에서 벗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 은행지수는 올 들어 이날까지 8.41% 상승했다. 이 기간 KB금융(11.09%) 신한지주(12.77%) 하나금융지주(15.34%) 우리금융지주(20.47%) 등 주요 은행주가 일제히 급등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7.38% 내린 것과 대비되는 흐름이다.
외국인이 은행주를 사들이면서 강세를 이끌고 있다. 외국인은 올 들어 KB금융(5970억원) 우리금융지주(5200억원) 하나금융지주(4810억원) 신한지주(3440억원)를 모두 순매수했다. 이 기간 외국인 순매수 상위 5~8위를 은행주가 싹쓸이했다. 외국인이 올해 국내 증시에서 7조459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은행주 선호 현상이 특히 두드러진다.
업계에서는 정권 교체와 함께 대출 규제가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최근 금융감독원은 은행의 자율적 가계대출 관리, 대출 규제의 합리적 정비 등의 내용을 담은 ‘2022년 은행 감독검사 방향’을 제시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담보인정비율(LTV)을 70~80% 수준까지 높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주주환원 정책도 강화하는 추세다. 올해 KB금융과 신한지주는 각각 15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 계획을 발표했다. 두 회사는 지난해부터 분기배당에 나서면서 주주 친화적 정책을 이어가고 있다.
국내외 증권가의 눈높이도 높아지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이달 국내 은행주에 대한 투자의견을 ‘비중 유지’에서 ‘비중 확대’로 상향했다. 이 증권사는 신한지주를 은행주 ‘톱픽’으로 꼽고 관심종목(포커스) 리스트에 추가했다.
장·단기 금리차 축소는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국고채 3년물 금리와 10년물 금리 간 차이는 연초 0.47%포인트에서 최근 0.26%포인트까지 좁혀졌다. 은행은 단기금리로 돈을 빌려와서 장기금리로 빌려주기 때문에 장·단기 금리차 축소는 수익성 악화로 이어진다. 실제 미국의 2년물 국채금리와 10년물 국채금리 간 차이가 역전되면서 미국 금융주가 조정받기도 했다.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장·단기 금리차 역전이 지속될 경우 은행주의 반등이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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