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 징후라는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나타났지만, 과거와 달리 시장은 크게 동요하지 않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오히려 주식 비중을 확대할 기회라는 분석까지 나왔다.
4일 증권가에 따르면 지난 1일(현지시간)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2.3890%를, 2년물 금리는 2.4620%를 각각 기록했다. 미 국채 2년물 금리가 10년물보다 높아진 채로 장을 마감한 건 2019년 8월 이후 약 2년 반만이다.
경기침체의 징후가 나타난 지난 1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직전 거래일 대비 139.92포인트(0.40%) 오른 3만4818.27에,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15.45포인트(0.34%) 상승한 4545.86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40.98포인트(0.29%) 뛴 1만4261.50에 각각 거래를 마쳤다.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보다 긍정적으로 나온 경제지표에 더 주목해 3대 지수가 모두 상승마감했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장단기 국채 금리 역전이 반드시 경기 침체의 전조라고 보기는 힘들다”며 “보통 장단기 금리차 축소는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후반기에 나타나는데, 이번에는 금리 인상 초반기에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나타난 뒤, 실제 경기가 침체에 빠지기까지 시차가 있다는 점도 시장을 안도하게 한 것으로 보인다. 전규연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과거 경기침체는 장단기 금리 역전 이후 6~24개월의 시차를 두고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일시적인 장단기 금리 역전이라면 막연한 경기침체에 대한 공포심리를 투자 기회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며 주식 비중 확대의 기회로 삼으라고 말한다. 그는 “1985년부터 있었던 장단기 금리역전 이후 침체 국면에 진입하기까지 글로벌 증시는 평균 6.63% 상승했고, 코스피도 평균 14.72% 올랐다”며 “장단기 금리 역전 이후 증시 고점까지 평균 수익률은 글로벌 증시가 22.55%, 코스피는 55.46%에 달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종목이나 업종을 선택하는 데 있어서는 의견이 갈린다. 미국 중앙은행(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적인 태도가 전혀 누그러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연준은 지난달 말 △10년물 금리는 경기침체 예측과 상관없는 변수들이 너무 많이 녹아 있어 ‘거짓 신호’를 주는 경우가 많고 △10년물과 2년물을 비교하는 것보다 좀 더 짧은 구간의 금리를 사용하는 게 예측력이 훨씬 좋으며 △현재 3개월과 18개월 선도금리 스프레드는 상당한 플러스라는 내용을 담은 리포트를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이에 대해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오는 5월과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50베이시스포인트(bp) 인상하는 걸 정당화하는 근거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전통적인 금리 상승 수혜 업종에 관심을 둬야 한다는 의견과 그 동안 많이 하락한 성장주가 유리하다는 의견이 맞붙고 있다.
박 연구원은 “금리의 하방 경직성이 높아지는 분위기인 만큼, 향후 채권투자를 대체할 유사채권 형태의 자산에 대한 필요성이 크게 증가하게 될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고배당주, 우선주, 리츠, 월지급식 상장지수펀드(ETF) 등 인컴 자산의 부활을 조심스럽게 예상해본다”며 “가치주가 아우퍼폼(시장 대비 초과 수익률)을 지속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반면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FOMC에서 연준은 ‘인플레이션 제어’를 선택했다. 지금 증시 하락의 원인이 ‘경기둔화’가 아니라 ‘물가 우려’ 때문이기에, 연준의 선택은 맞았다”며 “연준의 의도대로 시장이 움직인다면 물가는 억제되고 수요가 둔화돼 장기금리의 급등세가 제약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금리 급등세가 다소 완화된다면 낙폭과대 성장주에도 기회가 있다”며 “시장의 관심도 점차 ‘희소한 성장’으로 전환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