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정부가 중소기업을 중견기업으로 육성하는 '성장사다리'정책을 구현하기 위해선 '지원과 보호'일색의 기존 중기 정책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중소기업이 자생력을 갖고 지역 경제에 기여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도록 유인해야한다는 주장이다. '장수기업'이 탄생하도록 기업승계제도를 대대적으로 개편하고, 중기 기술개발을 지원하는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을 중소벤처기업부로 이관해야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임채운 서강대 교수(전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는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신정부 중소벤처기업정책의 방향과 과제'주제의 학술대회에서 정부 주도 혁신성장정책의 한계점을 지적했다. 임 교수는 "정부 주도의 하향식(탑다운) 혁신성장 관점에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은 성장의 주체가 아니고 지원과 보호의 대상으로 간주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차기 정부의 공약도 차별화된 측면이 있지만 지원일색이라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도 성장의 주역으로 접근해 자생력을 갖고 지역경제에 기여하도록 유인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김세종 이노비즈정책연구원장은 이날 주제발표에서 신정부의 5가지 중소기업 정책과제에 대해 △민간 주도의 정책패러다임 전환 △성장사다리 복원 인프라 구축 △맞춤형 디지털 전환 지원 △혁신성장체계 구축 △중소기업 정책 거버넌스 정비 등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근 중소기업 정책들이 다른 부처에서 많이 나오고 있는데, 콘트롤타워가 없으면 동력이 약해진다"며 중소벤처기업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예산 사전 조정기능을 둬서 타부처가 중소기업 관련 예산집행시 반드시 중기부와 협의하도록 해야 한다"며 "산업통상자원부의 중견기업 업무를 중기부로 조정하고, 중소기업 연구개발(R&D) 지원이 주업무인 산업부 산하 생산기술연구원도 중기부로 이관해야한다"고 주장했다.
현 정부의 중소기업 정책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추문갑 중기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대중소기업 양극화 문제가 수치적으로 개선이 안됐다"며 "고용이 있어야 노동이 있는 건데, 주52시간 근로제, 최저임금 급등,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등으로 고용과 노동 정책의 균형이 깨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 때문에 근로자들이 생계를 위해 ‘투잡’을 뛰어야하고 중소기업의 인력난이 심해졌다고 지적했다. 이날 패널 토론 좌장을 맡은 한정화 한양대 명예교수(전 중기청장)도 "노동친화적인 정책을 하다 보니 중소기업 정책이 효과를 내기 어려웠다"며 "현 정부가 상충되는 정책을 추진하다가 어려운 상태가 됐다"고 꼬집었다. 조봉현 기업은행 부행장(경제연구소장)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중소기업 정책'으로 검색해본 최근 뉴스 150건을 분석해본 결과, 핵심 키워드로 '규제', '성장', '코로나', '소상공인', '민간' 등이 나왔다"며 규제 개선과 민간 주도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벤처 정책에 대해서도 쓴소리가 이어졌다. 김용진 서강대 교수는 "벤처 확인이 벤처투자기업보다는 기술보증에 편중돼 벤처기업 생성 과정의 취약점이 노출됐다"며 "국가연구소나 대학과의 협력을 통한 창업이 매우 부족했다"고 진단했다. 또 "모태펀드 운영상의 문제점으로 인해 벤처기업 규모가 매우 작고, 글로벌 펀딩이 부족했다"며 "기초연구에 대한 투자 부족, 창업인력의 글로벌 역량 부족 등 향후 벤처기업의 지속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는 부분도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백훈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도 "기술창업은 지속적으로 증가했지만 제조업창업은 지속적으로 감소했고, 도소매업, 숙박 음식점업 등 생계형 업종에 편중됐다"며 " 기술창업 역시 일부 지식기반 서비스업에 편중됐고 제조업 부문은 2년 연속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 경영 현장에선 상속세 문제와 인증제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송공석 와토스코리아 대표는 "현재 상속세제를 지키려면 세금을 내다가 회사를 없애는 지경이 된다"며 기업승계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그는 "각종 중복 유사 인증 제도의 획기적 변화가 있어야 한다"며 "사전에 공장 심사를 받아 일정 품질 수준을 갖춘 기업은 정부가 정한 기준에 적합한 제품임을 스스로 보증하는 표시를 하게하고(자기 보증제도) 허위 표시나 불법(기준미달) 제품이 나올 경우 일벌백계하면 인증 시험 비용 부담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소기업 인력난에 대해서도 "공공기관이나 공기업 등에서 신규인력 채용 시 중소기업 근무 경력자를 우대해 중소기업 근무경력이 하나의 스펙이 되도록 하면 중소기업 인력난이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