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벤처투자액이 역대 최다 기록을 경신하는 등 ‘벤처 붐’이 이어지면서 벤처캐피털(VC) 소속 임원들이 ‘연봉 대박’을 친 사례가 증가했다. 상여금(성과급)으로만 10억원 이상을 받는 경우도 속속 등장했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상장 VC 14개사에서 지난해 10억원 이상의 연봉을 받은 임원은 16명으로 나타났다. 2020년 4명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네 배 이상 늘어났다. 지난해 5억원 이상의 연봉의 받은 사람은 30명이 넘었다.
지난해 주식매수청구권(스톡옵션) 행사 이익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연봉을 받은 상장 VC 임원은 이정훈 우리기술투자 대표다. 27억7200만원을 받았다. 성과급은 10억원이 넘었다.
이 회사의 최재웅·김태성 전무 등도 10억원 이상의 보수를 받았다. 두나무 투자 지분에 대한 평가이익이 급증하면서 회사 실적이 좋아진 덕분으로 풀이된다. 우리기술투자는 지난해 말 기준 두나무 지분 7.4%를 보유하고 있는데, 평가 가치는 1조원을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대성창업투자에서는 김완식 전무가 20억8500만원, 김영훈 대표가 14억2700만원을 받았다. 김 전무는 성과급으로만 18억원을 챙겼다. 두나무, 크래프톤, 뤼이드, 리디 등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에 일찌감치 투자한 것이 빛을 봤다는 분석이다. 대성창투는 지난해 투자조합수익으로만 199억원을 거뒀는데, 이는 전년보다 145% 증가한 수준이다.
다올인베스트먼트(옛 KTB네트워크)는 지난해 10억원 이상 고연봉자가 4명 나왔다. 박선배 전무는 총 19억5400만원을 받았는데, 이 중 17억원가량이 성과급을 포함한 상여금이었다. 신진호 부회장(16억5600만원), 김창규 사장(11억7000만원)보다 연봉이 높았다.
지난해 우아한형제들, 레인보우로보틱스 등 과거 투자한 기업에서 투자자금을 회수하는 데 성공했고, 비바리퍼블리카(토스) 투자 지분에 대한 평가이익도 늘어난 덕분이다.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의 신기천 대표와 황창석 사장, 아주IB투자의 김지원 대표, 미래에셋벤처투자의 김응석 대표 등이 10억원 이상 고연봉자로 이름을 올렸다. 2020년 ‘연봉 킹’이었던 김요한 DSC인베스트먼트 전무는 지난해 8억76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