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의 상식을 벗어나는 고가의 프리미엄 제품이 잘 팔리는 영역이 있습니다. 이 영역에 속하는 상품은 1000만원 넘는 매트리스, 50만원이 넘는 쿠션, 500만원 넘는 의료기기 등이 대표적입니다.
예로 든 이 세가지 상품의 공통점은 뭘까요? 한 백화점 관계자에게 물었더니 '내 몸', 특히 '허리'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최근 허리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기 때문에 과거엔 등장하기 힘든 제품들이 불티나게 팔린다는 겁니다.
이 백화점의 매트리스 판매 추이를 봤습니다. 올 1분기 매트리스의 전체 판매 증가율은 17.2%였는데, 1000만원이 넘는 프리미엄 매트리스의 증가율은 42.6%였다고 합니다. 의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무용 의자 전체 증가율은 18.6%였지만, 200만원 이상 고가 사무용 의자는 38.9%였습니다. 스웨덴 해스텐스(침대), 미국 허먼밀러(의자) 등의 브랜드입니다. 매트리스나 의자는 인테리어에서 외부로 보여지는 상품이 아닌데도 온전히 내 허리건강을 위해 투자하는 겁니다.
과거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었던 방석도 '허리 인기'를 타고 고급화 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게 '엑스젤' 입니다. 이 방석은 50만원이 넘는 가격표를 달고 있습니다. 일본 기업이 만든 특수소재 제품인데, 장거리 운전을 하거나 집이나 사무실에서 오래 앉아 일하는 이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요즘 잘 팔리는 커블 체어의 고급 버전인 셈이죠.
엑스젤은 신세계 롯데 등 백화점에 진출하고 있는데, 매출이 분기마다 30% 늘고 있다고 합니다. 최근엔 고액 자산가들을 대상으로 영업하는 은행 PB센터 사이에서 선물용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하네요. 선물은 항상 '호불호'가 문제인데, 허리 건강에는 호불호가 없다는 겁니다.
세라젬의 인기도 대단합니다. 작년 한 백화점에 입점한 세라젬 매출을 살펴봤더니, 작년 3분기엔 전분기 대비 7.9% 매출이 증가했지만 4분기엔 증가율이 38.3%에 달했습니다. 올해 1~2월엔 그 폭이 44.6%로 더 늘었네요. 500만원에 달하는 고가 의료기기인셈을 감안하면 놀라운 성장세입니다. 그리고 세라젬은 상품에 대한 자신감 때문인지 절대 판매 채널별로 가격을 다르게 책정하지 않는다고 하네요.
이런 트렌드를 보면 확실히 최근엔 '몸'에 대한 투자가 상당히 커진 것 같습니다. 과거 30만~40만원짜리 의자가 나왔을 때도 비싸다고 했었는데, 지금은 그 정도면 중저가 모델이 됐으니까요. 내 몸, 내 경험을 위해선 아낌 없이 쓰는 시대인듯 합니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