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신산업 혁신을 뒷받침하는 두 개의 기둥은 테스트베드와 인재 양성이다. 대구시는 2019년부터 5+1 신산업 혁신에 나선 기업들에 인재를 공급하는 혁신아카데미인 휴스타 사업을 시작했다.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2년 과정인 휴스타대학과 졸업생 대상의 8개월 프로그램(5개월 교육, 인턴 3개월) 휴스타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2019년부터 시작한 휴스타아카데미 교육생 225명 가운데 올 3월 현재 180명이 취업해 80%의 높은 취업률을 나타냈다.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교육을 담당하는 김현덕 첨단정보통신융합산업기술원장은 “ICT 분야 3기 교육생은 100% 취업률을 보였다”며 “전국의 많은 ICT 기업이 휴스타 인재에 관심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미래자동차 분야도 취업률이 90%로 높다.
미래학자 토머스 프레이는 대학이 하지 못하는 신기술 교육을 마이크로칼리지(단기간에 새로운 분야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기관)들이 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예언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대구 휴스타는 국내 최초의 마이크로칼리지로서 대구 기업의 산업혁신을 뒷받침해 인재 유출을 막고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휴스타아카데미의 가장 큰 특징은 교과과정에 기업의 수요가 실시간으로 반영되고, 교육을 기업전문가가 직접 담당한다는 점이다. 로봇·미래형 자동차·의료·물·ICT 등 7개 분야에서 285개 기업이 참가하고 있다.
이 사업은 처음엔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지역의 대학생들은 여전히 수도권 기업을 겨냥했고, 기업들도 개발자 등 고급인재 채용 시 지방인재에 대해 신뢰를 하지 못했다. 하지만 기업 연구소장과 학생들이 교육을 하면서 서로의 가치를 알게 되고 상호 간에 신뢰가 쌓이면서 지방의 우수기업에 취업하는 사례가 급증했다. 휴스타아카데미 입학 경쟁률은 올해 5기 신입생 경쟁률이 3.1 대 1로 4기 1.9 대 1보다 크게 높아졌다.
대구의 자동차 부품 중견기업 이래AMS는 미래차 시장 공략을 위해 2014년 자회사인 이인텔리전스를 설립했다. 이인텔리전스는 지난해 자율주행을 위한 일체형 모듈 개발에 성공한 뒤 양산에 나서면서 매출과 인력 채용이 급증하고 있다. 2020년 2억원이던 이 회사 매출은 지난해 20여억원, 올해는 100억원대로 뛸 전망이다. 2019년 20명이던 직원은 지난해 55명으로 크게 늘었다. 이 회사에 지난해 초 취업해 알고리즘비전팀에서 일하고 있는 이수연 씨와 올해 인턴으로 뽑힌 이도연 씨도 휴스타아카데미 졸업생이다.
휴스타아카데미 운영을 통해 대구시와 대구 지원기관들이 얻은 노하우도 많다. 미래 자동차 분야 휴스타아카데미를 운영하는 지능형자동차부품진흥원의 성명호 원장은 “요즘 기업들이 융합기술을 개발하다 보니 미래차 과정교육을 받은 학생이 로봇 기업인 현대로보틱스에 취업하는 사례도 생겼다”며 “휴스타 교육이 기업 현장의 변화와 수요를 빠르게 반영하는 증거”라고 강조했다.
휴스타사업은 수도권 강소기업의 대구 유치에도 한몫하고 있다. 경기 용인에서 대구로 본사를 이전하기로 한 로봇 분야 옵티머스시스템은 휴스타 교육생을 3년 연속 채용했다.
또 지난달 대구시와 대구 투자유치 협약을 한 성남시 판교의 자율주행 기업 베이리스 김형준 대표는 “대구의 인재양성 시스템을 보고 본사 대구 이전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대구=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