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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을] 식물이 지닌 '치유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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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무언가를 키우거나 만드는 데서 즐거움을 얻곤 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손쉬운 대상은 식물이다. 텃밭에서, 산에서, 주방에서 식물을 통해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들의 책이 여럿 나왔다.

《귀농 귀촌인을 위한 실전 텃밭 가꾸기》(윤용진 지음, W미디어)는 초보 농부에게 필요한 모든 정보를 담았다. 기름진 흙을 만드는 방법부터 시작해 지지대를 설치하고, 비료를 뿌리는 방법까지 하나하나 알려준다. 완두콩, 감자, 청경채, 콜라비, 당근 등 40가지 작물 재배법도 담았다.

대기업에 다니던 저자는 40대 중반이던 약 15년 전 이른 은퇴를 하고 현재 충주 근교에서 텃밭과 작은 과수원을 가꾸고 있다. 도시 출신으로 농사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던 그는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농사 노하우를 터득했다. 책은 교과서처럼 무미건조하게 농사 지식을 전달하는 대신 초보 귀농인이 몸소 경험한 실패 사례를 풍부하게 담아 읽는 재미와 교훈을 동시에 전달한다.

저자는 “텃밭을 가꾸는 일은 마치 어린아이를 돌보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처음에는 나약했던 어린 싹도 점차 성장하며 몸으로 자신의 뜻을 표현한다. 예를 들어, 토마토는 칼슘이 부족하면 열매 가운데가 까맣게 변하고 질소가 많으면 잎이 말린다.” 그는 또 “텃밭 작물과 대화하는 법을 모르는 농부는 영문도 모른 채 속절없이 망가져 가는 텃밭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며 “그래서 작은 텃밭을 가꾸더라도 농부는 텃밭 작물들의 언어를 이해하기 위해 끊임없이 배우고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채소 마스터 클래스》(백지혜 지음, 세미콜론)는 냉장고에 항상 있는 토마토, 당근, 호박, 양배추, 가지, 버섯, 파 등 여덟 가지 일상 채소로 만들 수 있는 요리법을 소개한다. 오랫동안 쿠킹 클래스를 운영해 온 저자는 계절에 따라 채소를 고르는 법, 요리 중간과 마지막에 채소의 풍미를 끌어올리는 법, 밥물 맞추기와 재료 손질 등의 노하우를 알려준다. 채소를 정말 싫어하는 친구가 “이렇게만 해주면 매일 먹을 수 있겠다”고 하는 것을 듣고 책을 쓰게 됐다고 한다.

책은 채소는 맛없다는 편견을 뒤엎는다. 싱거운 찰토마토가 순식간에 핫한 마라 토마토 무침으로 바뀌고, 냉장고에 굴러다니던 양배추는 감칠맛을 내는 양배추 스테이크로 변신한다. 스위스식 당근 뢰스티, 스페인 대파구이인 칼솟타다, 느타리버섯 유린기, 콜라비 솜땀 등 채소로 만들 수 있는 이국적인 퓨전 요리들도 선보인다.

《우리 산 우리 산나물》(오현식 지음, 소동)은 ‘전국 산나물 탐방 가이드’를 표방한다. 저자가 30년간 전국의 산을 돌아다니며 만난 산나물을 직접 찍은 사진과 함께 소개한다. 예로부터 식용하던 산나물은 100여 가지에 이른다. 이 중에서 몸과 정신 건강에 좋고 산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산나물 60가지를 골라 책에 담았다. 고사리, 곤달비, 더덕, 머위, 미나리냉이, 박쥐나물, 산마늘, 우산나물 등이다.

책에선 산나물에 대한 저자의 애정이 듬뿍 묻어난다. 그는 “산을 오를 때 산나물 이름 열 가지만 알아도 산행이 즐겁다”며 “천천히 산을 오르면서 산나물을 찾아보고 사진을 찍는 게 정상을 가는 것보다 더 재미있다”고 말한다. 친절함도 돋보인다. 산나물 구조와 생장 과정 등의 어려운 용어를 이해하기 쉬운 우리말로 풀어냈다. 용어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책 앞머리에 삽화를 곁들여 설명했다. 때로는 풍부한 도감처럼, 때로는 에세이처럼 읽힌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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